마트 쓰러지고, 면세점 업계 추락 보고도…유통 규제 또 추가?

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유통업계가 정부·국회의 규제 일로에 울상이다. ‘홈플러스 사태’에 당혹해 하는 대형마트 업계를 비롯해 면세점 업계도 고전 중인데 이들을 옥죄는 족쇄는 풀릴 기미가 없어서다. 올해 들어 되레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법안이 2013년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다. 당시 정부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한 달에 두 번 공휴일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오전 10시~자정), 출점 제한(전통시장의 반경 1㎞ 내) 등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1월 공휴일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 폐지 등을 담은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21대 국회에서 진척이 없었다. 22대 국회에선 야당을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여럿 발의된 상황이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 등 10명이 올해 12월 종료되는 SSM 규제(전통시장 반경 1㎞ 이내 출점 제한)를 5년 연장하는 법안을 내놨다. 지난달엔 규제 대상을 대형마트‧SSM에서 백화점‧면세점‧아웃렛까지 확대하는 법안도 발의된 상황이다.

유통업계에선 대형마트와 SSM을 옴짝달싹 못하게 묶어둔 규제가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았다고 평가한다. 골목상권 보호라는 기대한 효과는 보지 못하고 인근 음식점‧리테일(소매점)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피해를 본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랐고 이미 229개 지자체 중 30% 이상이 조례 개정을 통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꿨다.

특히 영업시간 제한 규제는 24시간 판매‧배송하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의 경쟁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대형 유통업체에 치명상을 입혔다고 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 비중은 2016년 32.4%에서 지난해 50.6%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죽어가는 지역 상권을 살리겠다고, 모객 효과가 좋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같은 유통 시설을 유치하려고 경쟁하는데 족쇄가 풀리지 않으니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대형마트는 지자체 조례 개정을 통해 의무휴업 없이 영업할 수 있다. 사진은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 뉴스1

서울 서초구의 대형마트는 지자체 조례 개정을 통해 의무휴업 없이 영업할 수 있다. 사진은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 뉴스1

 
면세점 업계도 정부 규제가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불만이 크다. 2013년 10월 당시 정부는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점업계에서 대기업 독식이 우려된다며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는 특허 기간을 5년 이내로 제한하고 매번 경쟁 선정한다는 내용의 규제를 도입했다. 이전까진 특허 기간이 10년이었고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으면 계속 운영할 수 있었다. ‘면세점은 다른 유통업과 달리 물품을 미리 사 놓고 판매하는 구조라 선매입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 중소기업에는 적합하지 않다’ ‘5년 단위로 갱신해야 하는 짧은 영업 기간은 해외 브랜드와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규제는 유지되고 있다.

정부도 코로나19 등과 맞물린 면세업계의 위기감을 인지하고 면세점 특허수수료 50% 감면, 주류 면세 한도 폐지 등 지원책을 내놨지만, 이 역시 ‘현실을 모르는 조치’라는 반응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중국 한한령(限韓令) 같은 대외 이슈와 한국 로컬 제품을 살 수 있는 로드숍으로 눈을 돌리는 관광객이 늘어난 영향이 크지만, 무엇보다 2013년 규제 시행 이후 면세사업자가 크게 늘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것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