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맞아?" 부엌 스탠바이미, 거실 올레드…MZ 잡는 이색 마케팅

크래프톤의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에 녹아든 LG전자의 신형 TV 'LG 올레드 에보' 모습. 사진=LG전자

크래프톤의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에 녹아든 LG전자의 신형 TV 'LG 올레드 에보' 모습. 사진=LG전자

# “건축을 시작해볼까요?” 
화면에 뜬 문구를 보고 마우스를 움직이자, 왼쪽에 펼쳐진 가구 리스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클릭 몇 번이면 소파부터 식탁·냉장고·책상·의자까지, 드림 하우스가 순식간에 완성됐다. 식탁 옆에는 LG전자의 이동식 무선 스크린 ‘스탠바이미’를, 거실 한가운데에는 올해 출시된 신형 TV ‘올레드 에보(G5)’를 배치해 공간을 완성했다. 

최신 가전이 가득한 이곳은 현실이 아닌 크래프톤의 신작 게임 ‘인조이(inZOI)’ 속 가상 세계다. 지난 28일 얼리 억세스(미리 해보기) 버전이 출시된 인조이는 미국 게임회사 일렉토로닉 아츠(EA)가 서비스하는 ‘심즈(The Sims)’ 같은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용자는 가상 캐릭터 조이를 생성해 직업을 택하고, 집을 짓고, 이웃과 관계를 맺는 등 가상의 삶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LG전자는 이 게임에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가전을 등장시켜 유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게임 속에서도 TV, 가로·세로 회전 가능

크래프톤의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에 녹아든 이동식 스크린 'LG 스탠바이미'. 사진=LG전자

크래프톤의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에 녹아든 이동식 스크린 'LG 스탠바이미'. 사진=LG전자

이번 협업을 통해 게임 유저들은 ▶세계 최대 97인치 올레드 TV ‘올레드 에보(G5)’ ▶이동식 스크린 ‘스탠바이미’ ▶휴대용 스크린 ‘스탠바이미 고(Go)’ ▶공간 인테리어 TV ‘올레드 오브제 컬렉션 포제’ ▶화면을 자유롭게 구부렸다 펼 수 있는 벤더블 TV ‘올레드 플렉스’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게임의 특성상 사실적인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어 가상 가전이지만 실제 제품의 기능이 정밀하게 반영됐다. 예를 들어, LG 스탠바이미는 게임 속에서도 스크린을 가로·세로로 자유롭게 회전시킬 수 있다.   

수묵화 올레드 TV로 재해석…2030 타깃

지난해 9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에서 수묵 추상의 창시자로 불리는 아버지 故 서세옥 화백의 작품이 LG전자의 ‘투명 올레드 TV’를 통해 재해석된 모습이다. 자료=LG전자

지난해 9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에서 수묵 추상의 창시자로 불리는 아버지 故 서세옥 화백의 작품이 LG전자의 ‘투명 올레드 TV’를 통해 재해석된 모습이다. 자료=LG전자

LG전자는 지난해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페어 프리즈서울(Frieze Seoul)에선 수묵 추상의 창시자라 불리는 고(故) 서세옥 화백의 작품을 ‘LG 투명 올레드 TV’를 통해 재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채색을 쓰지 않고 먹색을 조절해 표현하는 수묵화의 특성을 무한대에 가까운 명암비를 표현할 수 있는 올레드 TV 기술을 이용해 구현했다.  


LG전자가 이런 이색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건 MZ세대가 가전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과거엔 40대가 핵심 고객층이었지만 만혼 등으로 1인 가구가 증가하며 2030이 주요 구매층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 지난 1~2월 국내에서 판매된 LG 올레드 TV와 스탠바이미 모두 30대의 구매 비중이 가장 높았다. 특히, 스탠바이미는 30대 구매자가 44%를 기록할 정도로 30대에 인기가 많았다. 이에 예술·게임처럼 2030의 관심도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브랜드 경험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접점을 확대하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코웨이, 비데 광고로 유튜브 1000만뷰 돌파 

코웨이가 지난 1월 게시한 비데 광고 영상이 1000만 조회수를 넘어선 모습. 사진=코웨이 유튜브 캡처

코웨이가 지난 1월 게시한 비데 광고 영상이 1000만 조회수를 넘어선 모습. 사진=코웨이 유튜브 캡처

다른 가전·모바일 업계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플레이 갤럭시 컵’을 열었다. 글로벌 프로 게이머들이 갤럭시 S25 울트라를 사용해 1인칭 모바일 슈팅 게임 ‘콜 오브 듀티’를 하는 모습을 유튜브 등으로 실시간 중계했다. 프로 게이머들이 실시간 게임을 할 수 있을 만큼 기기 성능이 좋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는 이벤트다. 또 코웨이는 지난 1월 웹드라마 형식의 3분짜리 비데 광고 영상 3회분을 유튜브에 올려 총 4000만 조회 수를 넘는 등 온라인상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배우 김희애 등을 캐스팅한 드라마 같은 광고로, “비데(비대)위원장”, “거품이 많다”(버블세척 기능), “배후 조종 최측근”(리모컨) 같은 중의적 표현을 사용해 위트있게 제작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30 세대는 TV를 잘 안 보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들에게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게 된 것”이라며 “단순한 인터넷 광고라면 소비자가 짜증내며 안 보겠지만, 자연스럽게 소비자과 감성적인 소통을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