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오멘(炒麵). 바이두
볶음면 같은 음식을 놓고 원조를 따진다는 것이 부질없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나름 의미를 찾을 수는 있다. 음식 발달사를 비롯해 다양한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중국 볶음국수 차오멘에는 특징이 있다. 북경을 비롯한 화북지방보다는 광동성과 광서성 그리고 복건성 등 주로 남방에서 널리 먹는다. 기후를 비롯한 지리적 조건 때문이기도 하지만 밀 문화권이 아닌 쌀 문화권인 남방에서 발달한 음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남아에서는 중국보다 더 볶음국수를 즐겨 먹는다.
태국의 팟타이, 인도네시아 미 고렝, 베트남 미 싸오를 비롯해 말레이시아에도 다양한 종류의 볶음면이 있고 인도를 비롯한 서남아시아에서도 볶음국수는 흔한 음식이다. 우리나라의 볶음국수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듯싶은데 일본 볶음국수 야키소바는 그 뿌리가 중국인지 동남아인지 분명치 않다. 미국에도 중국식 볶음국수인 초우 메인(chow mein)이 있다. 이 국수는 중국이 뿌리이긴 하지만 북방이 아닌 광동성에서 전해졌다. 차오멘은 왜 남방에서 발달했을까?

태국 팟타이. 바이두
그리고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볶음국수의 종주국(?)은 어디일까?
흔히 그렇듯 중국은 볶음국수 차오멘(炒麵) 역시 중국에서 처음 생겼고 중국을 통해 동남아로, 세계 각지로 퍼졌다고 말한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은 아니지만 참고할 부분은 있다.
먼저 볶음국수가 중국에서 처음 생겨났다고 하는데 그게 언제쯤일까? 인터넷 등에서는 약 2,000년 전의 한나라 때부터라고 하는데 이건 터무니없는 소리다. 이 무렵 중국에는 밀국수가 됐건 쌀국수가 됐건 지금과 같은 국수는 아예 있지도 않았다.
음식사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볶음국수가 빠르면 1,000년 전의 송나라 때 생겨났을 것으로 본다. 밀가루로 뽑은 국수가 아닌 쌀국수가 이 무렵에 등장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볶음면과 쌀국수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지만 볶음면이 발달한 배경에는 기후와 식용 기름, 문화 관습 등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 외에도 쌀국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금이야 제면 기술의 발달로 밀가루 국수 혹은 쌀국수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맛있게 볶음면을 요리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달랐다. 옛날의 밀가루 국수로는 기름에 맛있게 볶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밀 문화권인 중국 화북지역에서는 전통 볶음면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러면 볶음면의 기초가 된 쌀국수는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중국 쌀국수의 발달은 중국 역사와 깊은 관계가 있다. 국수는 원래 밀 재배지역에서 발달한 식품이다. 황하를 중심으로 한 화북지역에서 주로 먹었다. 그러다 대략 5세기 이후 12세기 송나라때까지 중원의 한족이 북방의 거란 여진 몽골에 밀려 양자강 이남의 남쪽, 즉 강남으로 쫓겨 내려온다. 이곳은 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벼 재배 지역이다.
그러니 밀가루 국수를 먹을 수 없었기에 쌀을 가루내어 만든 것이 지금의 쌀국수다. 이런 국수를 예전에는 궈탸오(粿條)라고 불렀다. 궈(粿)는 쌀가루 반죽 덩어리라는 뜻이다.

고대 중국 면식(面食). 바이두
볶음면은 이런 과정에서 생겨났다고 보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북방의 밀 국수는 전통적으로 국물이 있는 탕면(湯麵)이 중심이다. 반면 송나라 때 일종의 비빔국수인 라오멘(撈麵)이 등장한다. 볶아서 비빈 국수인 차오멘(炒麵)도 송나라 이후 발달했다.
정리하자면 볶음면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서 발달했는지 명확한 과정을 알 수는 없다. 왈가왈부 여러 주장이 분분할 뿐이다. 다만 쌀국수가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하더라도 광동성으로 그리고 동남아시아로 퍼지면서 지금의 볶음면으로 완성된 것은 분명하다.
무덥고 습한 동남아의 기후조건, 그리고 쌀국수 및 야자유를 비롯한 남국 특유의 볶고 튀긴 음식문화와 맞물리면서 현재의 볶음면이 만들어졌다.

더차이나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