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334개 터진 위력"…미얀마 강진 사망 1만명 예측도

지난 29일 미얀마 만달레이의 한 불교 사원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29일 미얀마 만달레이의 한 불교 사원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얀마를 강타한 규모 7.7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지진 발생 이틀 만에 1700명에 육박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사정권은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약 1700명, 부상자 3400명이라고 밝혔다. 집계가 이어질수록 발표될 공식 사망자 수는 더 커질 확률이 높다. 붕괴한 건물 잔해에서 시신이 계속 발견되면서 피해 규모가 급격히 불어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만 명 이상일 가능성을 71%, 10만 명 이상일 가능성도 36%나 된다고 예측했다.

그만큼 이번 지진의 위력이 엄청났다. USGS는 이번 지진을 1900년 이후 지진 진원지에서 반경 1500㎞ 내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고 분석했다. 지질학자 제스 피닉스는 CNN에 “이런 지진이 방출하는 힘은 약 334개의 원자폭탄과 같다”고 말했다. 제임스 잭슨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지진이 1분 동안 지속돼 지반을 갈라 피해가 컸다”며 “종이 한 장이 찢어지는 것을 생각해 보라. (지진이) 초당 약 2㎞ 속도로 (지면을) 찢었다”고 했다.

지난 29일 미얀마 만달레이의 한 건물이 지진으로 인해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9일 미얀마 만달레이의 한 건물이 지진으로 인해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가 처한 정치 상황도 피해를 키우고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규모 7.0 이상의 지진을 여섯 번이나 경험했지만, 대비책은 거의 마련하지 못했다. 2021년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이래 저항 세력과 4년 넘게 내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군정 당국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지역이 많고, 도로와 통신망 등도 다수 파괴된 상태다. 

특히 내전 기간 내진 설계가 없는 건물이 다수 지어졌다. 이언 왓킨슨 로열홀로웨이 런던대 교수는 AFP통신에 “미얀마는 수년간 건물 안전 기준이 낮았다”며 “지진 발생 지역은 대부분 낮은 층수의 목재나 벽돌 건물만 있다”고 짚었다. 영국 지질연구소(BGS) 지진학자 브라이언 뱁티도 AP통신에 “지진이 인구 백만 명이 넘는 지역에서 발생하고 그 지역 사람이 취약한 건물에 살면 결과는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3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구조대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구조대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 군정은 내전을 이유로 그간 외국의 접근을 제한했지만, 강진 피해가 심각해짐에 따라 국제사회에 인도주의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중국과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구조 인력과 장비를 급파하고 있다. 해외 원조를 대대적으로 삭감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 외교부도 미얀마에 200만 달러(약 29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주미얀마대사관 영사를 만달레이에 파견해 생필품을 지원 등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열악한 교통 상황으로 피해가 큰 만달레이 등에 인력과 물품이 신속히 들어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런 와중에 군정은 저항 세력인 미얀마 민족통합정부(NUG) 공격에 나섰다. 지진 발생 직후인 28일 오후 3시 30분쯤 군정이 만달레이에서 북동쪽으로 100km 정도 떨어진 나웅초에 폭격을 가해 7명이 숨졌다고 BBC가 전했다. 공습은 지진 진앙지인 사가잉 지역부터 태국 국경까지 이뤄졌다. 사가잉은 반군부 저항 세력의 거점으로 꼽힌다. 군부와 달리 NUG는 30일부터 2주간 지진 피해 지역에서 방어 활동을 제외한 모든 공격을 중단하겠다며 휴전을 선언했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조사위원은 “사람들을 구하려 애쓰는 와중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강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태국 방콕에서도 사망자 수가 17명으로 늘어났다. 부상자는 32명, 83명이 실종 상태라고 태국 당국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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