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앞으로도 괜찮나”…SK하이닉스 주총서 나온 주주들 고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7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7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SK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가 주력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전망을 우려하는 주주들의 질문이 잇따랐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그만큼 향후 실적과 사업 방향에 대한 걱정도 컸다.

SK하이닉스는 이날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본사 수펙스홀에서 제77기 SK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주들의 관심은 HBM3E(5세대)의 성과를 이을 HBM4(6세대)에 집중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세계 최초로 HBM4 12단 제품 샘플을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고 인증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 주주는 “중국의 딥시크처럼 저가형 AI 모델이 출현하면서 HBM4가 탑재되는 초고성능 AI 가속기의 수요가 둔화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곽노정 사장은 “딥시크 같은 AI 모델의 등장은 스타트업 진입을 촉진하고 AI 서비스 확대에 따라 관련 칩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HBM 수요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HBM 경쟁이 과열돼 수익성이 점차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삼성전자 등 경쟁사 관련 질문에 곽 사장은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HBM 물량은 이미 공급 계약을 마쳤고, 내년 물량도 고객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어 상반기 중 계약이 마무리될 것”이라며 “수익성을 지켜낼 수 있는 기술적 우위를 앞으로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이미지센서(CIS) 사업을 정리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메모리 중심으로 재편한 상태다. 곽 사장은 “CIS 사업부문의 기술과 경험을 AI 메모리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겠다”며 “앞으로 CXL, LPCAMM2, SOCAMM, PIM 등 다양한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주력해 AI에 필요한 모든 메모리 기술을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업(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일부 주주는 배당에 대해서 항의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66조1929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올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 주주는 “이렇게 큰돈을 벌었는데, 재무 안정성을 이유로 배당을 25%만 올린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회사는 르네상스를 외치는데 주주에게는 어떤 르네상스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곽 사장은 “메모리 사업은 업황에 따른 변동성이 큰 특성을 이해해 달라”며 “경쟁사보다 취약한 재무건전성을 우선 개선한 뒤 추가적인 주주 환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곽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한명진 SK스퀘어 대표이사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등 총 4개 안건이 상정돼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선 신임 의장으로 한애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선임됐다. 회사 설립 이래 첫 여성 이사회 의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