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11년 5개월 만에 최대...주택·건설 지표도 줄하향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 할인분양 현수막이 붙어있다. 뉴시스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 할인분양 현수막이 붙어있다. 뉴시스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지난달 2만3000가구를 넘어서며 11년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초 주택 공급 지표와 건설 수주 실적도 부진했다.  

31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올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61가구로 전월 대비 3.5% 줄었다. 하지만 다 짓고도 분양이 안 된(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3722가구로 같은 기간 3.7% 늘었다. 2013년 9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19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1만9179가구)은 전달보다 4.1% 증가했고, 수도권(4543가구)은 2.2% 늘었다. 2월 증가분(850가구) 중 88.6%(753가구)가 지방에서 발생했다. 지난 21일부터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지방에 있는 준공 후 미분양 3000가구 매입에 나섰지만 적체 해소엔 한계가 있다. 

주택 공급 선행지표인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월 기준 1만2503가구로 전월 대비 44.3%, 전년 동월 대비 45.4% 감소했다. 1~2월 누적(3만4955가구)으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3% 줄었다. 또한 1~2월 주택 착공 실적은 2만247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40.6% 쪼그라들었고, 분양(1만2825가구)도 같은 기간 67.9% 감소했다. 특히 서울은 2월과 3월에 분양이 한 건도 없다. 

지방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지방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주택 공급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건설 경기도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올 1월 건설수주는 9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4% 감소했다. 1월 기준으로는 11년 만에 최저치다. 또한 건설기성액(시공 실적)은 1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8%나 줄었다. 건설기성이 전년 동월 대비 20% 이상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0월(-22.8%) 이후 처음이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전월 대비 20% 이상 감소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런 침체가 지속될 경우 향후 국내 건설 경기 뿐만 아니라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업계에선 공사비 안정화, 금리 인하 추세 등 건설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요인이 있지만 빨라야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는 돼야 회복 국면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박선구 한국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건설투자 감소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건설 경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경정예산, 지방경기 활성화, 중소건설사 지원 등 맞춤형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