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란은 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발탁해 공격적인 영업을 해왔다. 사진 유튜브 발란 캡처
발란은 이날 최형록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배포해 “올해 1분기 내 계획한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파트너들(입점사)의 상거래 채권을 안정적으로 변제하고 발란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회생을 신청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당초 발란은 지난주 일부 판매대금 정산을 미룬 데 대해 “정산 오류 탓”이라고 해명하면서, 28일까지 재개 일정을 재공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일 최형록 대표의 사과문이 고지됐고 같은 날 늦은 오후부터 신규 결제까지 막으며 사실상 잠정 폐업 상태에 들어갔다.
다만 최 대표는 이날 “발란의 회생절차는 타 사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일반 소비자에게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현재 미지급된 상거래 채권 규모도 발란의 월 거래액(평균 약 300억원)보다 적은 수준이며 ▶지난 3월부터는 쿠폰 및 각종 비용을 구조적으로 절감해 흑자 기반을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회생절차를 통해 단기적인 자금 유동성 문제만 해소된다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다”라며 “앞으로 진행할 회생절차는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건강한 재무구조로 재정비해 파트너의 권익을 신속히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회복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담보권자나 금융권 채무가 거의 없는 구조”라며“가장 중요한 채권자는 파트너이고 회생 성공의 중심에도 파트너가 있다”라고 재차 밝혔다. 발란은 회생 인가 전 유동성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며 이번 주 매각 주관사를 지정하겠다고도 밝혔다.

31일 서울 강남구 발란 본사가 있는 공유오피스 로비에 '발란 전 인원 재택 근무'라고 적힌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뉴시스
업계에선 그러나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에 이어 이커머스 업계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며 이커머스 침투율(전체 유통 매출 대비 온라인 비중)은 2월 기준 55.6%까지 증가했다. 명품 플랫폼인 발란을 비롯해 오늘의 집(인테리어), 무신사(패션), 마켓컬리(식품) 등 버티컬(특화) 커머스도 덩치도 빠르게 커졌다.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이런 전문몰의 거래액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연간 약 47조 수준에서 2023년 100조원을 돌파하며 112% 급증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쿠팡 등 종합몰 거래액은 89조원에서 141조원으로 58%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이커머스 시장 전반이 성숙기에 접어든 데다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에 경기 불황까지 더해지며 칼바람이 불고 있다. 우후죽순 늘었던 전문몰 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의 폐업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오늘의 집과 인테리어 플랫폼 양강 구도를 이뤘던 ‘집꾸미기’는 31일을 끝으로 운영을 종료한다. 지난해에는 문구 온라인 쇼핑몰 ‘바보사랑’, 가전·가구 편집숍 ‘알렛츠’, 디자인 상품 쇼핑몰 ‘1300K’ 등이 문을 닫았다. 무신사와 마켈컬리 등은 최근 수익성을 위해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 침투율이 최고점에 도달했다고 본다”라며 “쿠팡과 네이버 등 선도 업체의 입지가 강화되고 소비자 신뢰도 역시 그쪽으로 집중되면서 한계 기업들은 정리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