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 윤석열 2년7개월 정치역정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임기 4개월여를 남기고 검찰총장에서 물러났다.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4/05/529b45cc-0468-43ec-ac4c-8f56f67ac2b6.jpg)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임기 4개월여를 남기고 검찰총장에서 물러났다.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밝힌 포부다. 그가 정계 입문부터 대통령까지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9개월. 역대 최단 기간이었다. ‘새 시대’에 대한 국민적 갈망이 이례적 추진력을 낳았다. 하지만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와 여소야대라는 환경은 ‘정치 신인’에게는 버거운 시험대였다. 그의 재임 2년7개월은 역대 최다 거부권(25건)과 탄핵안(27건)을 주고받는 야당과의 상쟁(相爭)으로 점철됐고, 역대 두 번째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로 마무리됐다.
출발부터 녹록지 않았다. 취임 첫 주(한국갤럽, 2022년 5월 1주) 받아 든 국정 수행 지지율 52%는 같은 조사가 실시된 이래 역대 최저치였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추진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은 소통 부족과 막대한 예산, 풍수 논란 등이 겹치며 빛이 바랬다. 특히 용산 이전의 상징처럼 내세웠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은 신선한 시도라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정제되지 않은 발언과 질문 제한 등에 대한 비판 속에 반년 만에 중단됐다.
![지난 2022년 5월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모습.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4/05/3ad8de97-4f04-4106-89b7-679da73f3795.jpg)
지난 2022년 5월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은 특유의 돌파력으로 국가적 난제들을 다뤘지만 때론 세기(細技)가 부족했다. 노동개혁 차원에서 내놓은 근로시간 개편제는 주64시간제란 비판 속에 표류했고, 수능이 임박한 가운데 돌출한 킬러문항 배제 조치도 현장의 혼란을 낳았다. 지난해 1월 의대 2000명 증원 계획은 의대생 집단 휴학 및 전공의 이탈 등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치며 응급의료 마비라는 혼란을 초래했다.

윤 전 대통령 주요 일지
윤 전 대통령 몰락의 단초는 결국 지난해 22대 총선이었다. 그는 87체제에선 처음으로 임기 내내 여소야대 대통령이었다. 임기 초반엔 160여 석의 야당을 마주하다 22대 총선 후엔 190석 가까운 야당을 상대해야 했다. 대선에서 0.73% 차로 석패한 이재명 후보가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표가 되면서 차기 대권 도전을 이어간 점도 여야 협치의 공간을 증발시켰다. 윤 전 대통령은 22대 총선 참패 후에야 이 대표와 만났다. 취임 후 721일 만에 회동이었다.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실에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4/05/ac5a6229-e6b2-4fe1-88ac-2b440ff59e0c.jpg)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실에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뉴스1]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조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가는 모습.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4/05/efb5796d-633b-498d-ab7c-9bbf300d943f.jpg)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조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가는 모습. [뉴스1]
윤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반지성주의’를 꼽았다.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일부 유튜버와 강성 지지층에서 주장해 온 ‘부정선거’를 근거로 전격적인 계엄을 시도했고, 이는 4시간 만에 무산됐다. “우리가 처해 있는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던 그의 지적대로 ‘반지성주의’는 한국 정치의 극단적 대립을 심화하면서 2년 반 만에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정권의 조기 붕괴를 가져왔다.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상승했으나 누구보다 빠르게 추락했다. 그리고 더 극단적 대립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