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6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시찰에 앞서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후 현대중공업 간부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한·미 간 조선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미국 정부가 조선업 재건 의지를 밝히고 있고, 우린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만큼, 한·미 간 협력 강화는 우리 조선 사업의 재도약을 이끌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행은 이어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우리 산업이 받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부담할 관세를 최소화하고 양국 간 상호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협상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을 만큼, 대미 협상에서 정부가 강점을 지닌 분야다. 한 대행은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조선과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등을 거론하며 이를 관세 협상과 함께 논의하는 ‘패키지 딜’을 제안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한 대행이 협상 전략 마련 과정에서 조선 분야의 경쟁력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한 행보”라고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6일 결식 아동들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해온 울산 뚠뚠이 돈가스에서 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행은 현재로선 관세 협상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참모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최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상무부 홈페이지에 공지 사항부터 살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 뒤 외교 전문과 주요 외신을 훑으며 미국 동향 변화를 체크하는 걸 루틴으로 삼고 있다. 한 대행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도 “서두르지 말고, 미국이 관세 협상에서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또 사안마다 정확한 카운터 파트너가 누구인지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주미 대사 출신인 한 대행은 대미 협상과 관련해 “재무부의 A가 B와 친하니, B를 통해 활로를 찾으라”는 식의 구체적 지시도 내리고 있다고 한다.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원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협상이 한 대행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 대행이 공직자 사퇴 시한인 5월 4일 이전에 관세 협상에서 선방한다면 대선 출마에 탄력이 붙을 수 있고, 그 반대라면 동력이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총리실 관계자는 “관세 전쟁 상황에서 총리라면 해야 하는 통상적 현장 행보”라며 “여전히 대선 출마에는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누가 봐도 인지도 상승을 꾀하는 노골적 대선 행보”라며 “관세 협상에서 과욕을 부리지 않는 게 나라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