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시사주간지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 최고의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어워즈’에서 전기차 부문에 선정된 아이오닉5. 뉴스1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3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만8708대로 지난해 3월 2만225대보다 7.5% 줄었다. 전달인 2월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2월보다 295.7%(3583→1만4179대)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2월 판매량 급상승보다, 3월 판매량 하락에 주목한다. 지난해보다 1개월 더 이른 2월 초부터 보조금이 지급됐고 완성차 업체도 때맞춰 1대당 200만~400만원의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는데도 판매 회복세가 한 달만에 꺾였기 때문이다.
신차급 전기차의 판매량도 시원찮았다. 지난해 7월 출시된 기아의 소형 전기차 EV3는 올해 2월 8028대가 판매됐지만 3월 판매량은 6288대로 21.7% 줄었다. 경형 전기차 기아 캐스퍼EV는 올해 2월 1061대, 3월 1185대 판매됐는데 지난해 8월 출시 후 5개월간의 월평균 판매량(1574대)을 밑돌았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조금 지급 시기에 반짝 판매량이 증가했다가 다시 하락한 사례로, 지난 2년 연속 전기차 판매 하락세를 회복했다고 보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보조금을 받기 위한 선행구매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4월부터는 판매량이 더 줄어들 여지도 있어 전기차 내수 시장의 장기 침체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홈에너지 및 전기차 박람회에서 관람객이 중국 비야디(BYD)의 중형 전기차 씰(Seal)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수출도 빨간불이다. KAM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21.7% 감소한 6만3933대였다. 문제는 해외 전기차 시장은 되레 성장했다는 점이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로모션(Rho Motion)에 따르면 1분기 전 세계 전기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29% 증가한 170만대였다. 중국 36%, 유럽 22%, 미국 19% 등 주요 시장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다. 이처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반등했음에도 한국의 수출량은 줄어든 것인데, 업계에서는 현지 생산에 따른 수출대체 효과, 중국산 전기차와의 경쟁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전기차 내수 판매도 수출도 모두 부진하자 국내 생산라인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차는 24일부터 30일까지 아이오닉5, 코나EV를 생산하는 울산공장 1공장 2라인 가동을 중단한다. 지난 2월에도 해당 라인은 닷새 동안 가동되지 않았다. 올해 1분기 아이오닉5는 9562대(내수 2585대, 수출 6977대), 코나EV는 3944대(내수 900대, 수출 3044대) 팔렸는데, 전년동기 대비 각각 58.7%, 14.9% 감소한 수치다.
반면에 하이브리드차(HEV)는 수출이 크게 늘었다. KAMA에 따르면 1분기 HEV 수출량은 11만7417대로 지난해 1분기(8만4245대)보다 39.4% 증가했다. 현대차 아반떼(85.3%)와 투싼(17.9%), 기아 스포티지(38.9%)와 쏘렌토(76.2%), 카니발(47.8%) 등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HEV는 전기차보다 다양한 트림을 선택할 수 있고, 동급 대비 가격경쟁력도 높다는 점이 수출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최근 중국산 전기차 가격인하로 다른 완성차 업체도 가격을 낮추면서 전기차 판매량이 늘고 있다”며 “전기차 캐즘이 끝나더라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많이 팔아도 남는 게 적은 상황에 처할 수 있어서 고민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