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금리인하?…대출 0.1%P 내릴때 예금은 0.3%P 뚝

은행 대출금리가 4%대에서 쉽게 내려오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는 내려가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예금금리만 가파르게 하락하다 보니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만 확대됐다.

16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 ATM 기기 모습. 연합뉴스

16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 ATM 기기 모습. 연합뉴스

 

기준금리 내렸지만, 대출금리 0.12%p↓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07~5.59%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연 4.13~5.83%)과 비교해 금리 하단이 소폭 내려가는 데 그치면서 여전히 최저 금리 4%대가 이어지고 있다.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는 연 3.35~5.08%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전날 기준금리를 동결하긴 했지만, 금리 인하 사이클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이어 지난 2월까지 금리를 0.25%포인트씩 낮춰왔다. 그러나 대출금리 하락세는 지지부진하다. 최근 기준금리를 인하한 2월 25일 기준 이들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3.47~5.31% 수준이었다. 2달여 동안 주담대 금리 하단은 0.12%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변동금리 하단은 0.14%포인트 내렸다.

예금금리는 3배 더 하락 

이 기간 예금금리 하락세를 비교하면 금리가 내려가는 속도는 극단적으로 차이 난다. 이날 기준 4대 은행의 정기예금(12개월 기준) 기본금리는 연 2.15~2.68%다. 우대금리를 최대로 받는다고 가정해도 2.6~2.7% 수준이다. 지난 2월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취급 금리는 연 2.91~3.02% 수준이었다. 대출금리가 0.1%포인트대 하락하는 사이 예금금리는 그 3배에 달하는 0.3%포인트 떨어졌다는 의미다.


만기가 짧은 단기 예금에선 이미 연이율이 1%대까지 떨어졌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기본 금리는 1개월 기준으로 연 1.8%다. 하나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정확히 2%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의 평균 정기예금 금리(12개월 기준)도 이날 연 3%를 밑도는 2.96%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쏠림 우려에 금리 인하 지지부진 

기준금리가 떨어진 데다 앞으로도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에 시중금리가 낮아졌다는 게 예금금리 하락 이유다. 그런데 대출금리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 건 가계대출 급증 우려에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먼저 내리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곤 있지만, 가계대출 급증 우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 해제와 재지정 기간에 늘어난 주택 거래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달 이후부터 가계대출에 반영될 가능성이 큰 만큼 가계대출 관리가 중요해졌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와 역행도 발생했다. iM뱅크는 전날 주담대 상품 가산금리를 고정형과 변동형 모두 0.3%포인트 인상했다. BNK경남은행도 주담대 변동금리를 0.25%포인트 높였다. iM뱅크의 경우 주담대 금리가 3% 초중반까지 내려가면서 대출 쏠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 가산금리를 높였다는 풀이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금리와 연동되는 은행채나 코픽스 금리가 조금씩 하락하면서 대출 금리에 반영하곤 있지만 지난해 많이 올렸던 가산금리를 다시 내리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가계대출 관리를 해야 하다 보니 다른 은행보다 금리가 낮아졌을 때 쏠림 현상이 생기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