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일본 도쿄에서 지난 2001년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의인 이수현씨의 모친 신윤찬 씨의 욱일쌍광장 수훈 축하회가 열렸다. 이수현씨의 부친에 이어 신씨까지 부부가 모두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은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김현예 특파원
24년 전 이야기지만 단장(斷腸)의 슬픔은 가시질 않는다. 2001년 1월 26일 오후 7시경. 일본 도쿄 신오쿠보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러 뛰어든 의인 이수현(1974~2001). 26살의 나이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 이야기에 어머니 신윤찬(75·LSH아시아장학회 명예회장) 씨는 굵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16일 일본 도쿄 아르카디아 이치가야 호텔.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들이 하나둘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신씨가 지난해 12월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욱일쌍광장(旭日双光章) 축하를 위한 모임이다. 일본 정부는 관계 증진이나 문화교류에 힘쓴 외국인에게 이 훈장을 주는데, 2015년 남편 이성대 씨의 수훈에 이은 두 번째다. 일본 정부가 부부에게 훈장을 준 것은 전례 없는 일로, 이날 축하연엔 약 10만원의 자비를 내고 참석한 일본인 등 60여 명이 함께 했다.
축하 행사에 앞서 신씨를 만났다. 그는 “아들 사고가 나고 주부였던 내 삶이 달라졌다”고 했다. 깊은 슬픔에 빠져있던 그에게 2000통에 달하는 편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두 일본에서 온 편지였다. “집배원 아저씨에게 미안할 정도”였는데, 일본어를 모르는 그는 답장을 쓰기 위해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깊은 우울증이 왔는데 일본 분들이 가만히 있게 두질 않았다”며 눈물을 훔쳤다.

16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신씨가 지난 2001년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의인 이수현씨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김현예 특파원
신씨는 훈장을 준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다고 털어놨다. 훈장을 받아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는 얘기었다. 그러다 떠올린 사람들이 바로 그와 함께 하는 통역 봉사단원들이었다. “내 이름으로 받지만, 한·일 교류에 관계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라 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훈장을 들어 보인 그는 다시 아들 이야기로 돌아갔다. “아들이 한·일 양국 우호의 1인자가 되겠다는 글을 남기고 갔다”며 “그러니 저 역시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함께 하려 한다”고 말했다.

16일 일본 도쿄에서 지난 2001년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의인 이수현 씨의 모친 신윤찬 씨의 욱일쌍광장 수훈 축하회가 열렸다. 김현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