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요구 들어주면 한국도 이득…‘윈윈’ 카드 찾아나선 정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미 해군사관학교 미식축구팀에 군통수권자 트로피를 수여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미 해군사관학교 미식축구팀에 군통수권자 트로피를 수여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미국이 지목한 무역 장벽 중 없애는 것이 한국에도 좋은 ‘윈윈(win-win)’ 카드를 살펴보고 있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비관세 장벽 중 일부를 없애거나 완화할지 검토 중이다. 비관세 장벽은 수입품에 직접 부과하는 세금(관세)은 아니지만, 자유로운 무역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뜻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 평가 보고서(NTE)’에서 한국과 관련해 21건의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았다. 미 정부는 지난 2일 비관세 장벽 등을 빌미 삼으며 “한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폐기해도 될만한 비관세 장벽을 추리고 있다.  

정부 안팎에선 ‘위치 기반 데이터(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 규제가 사라지면 구글 같은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지도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자율주행 등의 신사업을 펼칠 길이 열린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사용하는 구글 지도 서비스가 개선되면 국내 관광 산업이 커질 수 있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김득갑ㆍ박장호 객원교수는 지난해 12월 낸 논문을 통해 “지리적 데이터 수출이 허용되고 구글 지도의 다국어 지원, 오프라인 지도 서비스 등이 제공되면 2027년까지 약 68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226억 달러(약 32조원)의 관광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며 “약 8000명의 일자리 창출과 3조90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 구글 지도 위치 기반 기술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등의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국가 안보 측면에선 불리해지는 면이 있어 신중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정부는 ‘화학물질 관련 4개 법률(화평법ㆍ산안법ㆍ생활화학제품안전법ㆍ화관법)’도 손볼 수 있을지 들여다보고 있다. 미 정부는 해당 법률들을 두고 “시행 지침 부족, 기업기밀 보호 미흡, 테스트 방식 및 대상의 불투명성”을 비판했다. 정성훈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급망연구팀은 “제도를 투명하게 하는 조치는 우리 기업의 예측 가능성과 경쟁력 등을 높이는 데에도 유리하다”며 “전반적으로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미 정부 요구를 다 들어줄 순 없다. 그들 눈에 비관세 장벽으로 보여도 한국 입장에선 보호막이기 때문이다. 다만 보호막 가운데 제 기능을 못 하고 미 정부의 불만만 사는 부분만 제거하면 관세 압박도 줄이고 보호막 전반의 효용도 높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개선되면 우리나라 국민께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밝혔다. 

정부가 미국 요구를 안 들어주는 게 한ㆍ미 모두 좋은 카드도 있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등 농축산물 관련 규제의 경우 없애면 한ㆍ미 모두 손해”라고 분석했다. 관련 규제를 풀었다간 과거 ‘광우병 괴담’ 혼란을 겪었던 한국에선 정치ㆍ사회적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칫 반미 감정이 격화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면적인 불매 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으로 수출길이 막히는 등의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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