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수단은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법당을 압수수색하면서 ‘광업채굴권 관련 서류철’을 확보했다. 압수 문건에는 한 유력 정치인이 전씨 가족 사업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뉴스1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64)씨 가족이 추진했던 광산 사업에 유력 정치인이 개입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수사가 전씨의 각종 이권 개입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과시한 인물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수단(단장 박건욱)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전씨 법당을 압수수색하면서 ‘광업채굴권’이란 제목의 서류철을 확보했다. 서류 일부엔 지난 2017년 전씨 배우자 A씨(58)가 운영하는 광산이 ‘석면 함유 가능 물질 생산 승인’을 정부에 신청하는 과정에 유력 정치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정황이 담겼다.

서울남부지검은 '2018년 지방선거 공천 헌금 의혹'에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 4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7일 첫 공판기일 이후 법원을 빠져나가는 전씨의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같은 해 11월 산자부 광업등록사무소는 ‘채굴 계획 미인가’ 결정을 내렸다. A씨는 광업권 취소 행정처분에 대한 청문통지 대상에 올랐다.
검찰은 A씨가 행정처분을 받기 직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A4 한장 분량의 문서를 확보하고 이에 주목하고 있다. 모바일팩스로 전송된 해당 문서엔 “광산 관련해서 보고드리겠다. 산자부가 11월까지 유예해주는 것으로 돼 있어 12월 초에 광업등록사무소에서 청문통지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이어 “공문을 받고 청문 절차에 따라 현재 상황에 대해 소명하면 1년 추가 유예하는 것으로 산자부 광업등록사무소하고 맞춰놨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서 마지막엔 “B의원이 보낸 내용^^”이란 설명이 붙었다.
검찰은 전씨의 지인으로부터 “B의원의 보좌관한테 ‘가평 소재 귀사문석 석산 인허가 문제를 지시받아 처리한 적 있다’는 말을 들었다. B의원이 전씨 민원을 잘 들어주고 시키는 것을 그대로 한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유력 정치인의 존재와 실제로 도움을 주려고 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6일 건진법사 아내가 운영하는 광산 업체의 등록주소지(경기 가평)를 찾았다. 2017년 11월 광업채굴권 연장을 두고 유력 정치인의 조력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 중이다. 현재는 광산업 등록이 취소된 상태다. 손성배 기자
검찰이 확보한 문건을 본 전씨는 “문건 속 이름은 부인이 맞지만 전혀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채굴권 인허가 문제를 처리했다고 지목된 보좌관은 중앙일보에 “광산 개발에 대해 처음 듣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연루된 2018·2022년 지방선거 공천 개입 사건을 수사 중이다. 윤석열 당시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 상임고문직을 맡은 전씨는 대선 이후 인사를 청탁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2022년 지방선거 때 공천 청탁 의혹
또 윤 의원에게 “나름 인연 있는 사람들(의원들)에게 무리하지 않게 인사를 딱 3명 부탁했다. 내가 이 정도도 안 되나 싶다”고도 보냈다. 윤 의원은 “저도 답답하다. 아무런 도움이 못 되어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고 한다.
전씨는 검찰에서 “공천 부탁이 아니라 좋은 사람을 추천한 것”이라며 “윤 의원과 형동생 하는 사이인 (친윤계 핵심) A에게 부탁하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