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서울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강병령 부산장애인총연합회 부회장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하고 있다. 한 대행은 이날 기념사에서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 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선 출마 관련 질문을 받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한 사실이 본지 보도〈2025년 4월 10일 중앙일보 1면 보도〉로 알려졌지만, 비공개 대화였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FT인터뷰와 관련해 “대선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해야 할 사람이 출마 카드를 만지작거리는데 제대로 선거 관리를 할 수 있겠느냐”며 “지금 당장 국민 앞에 사죄하고, 공직에서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경선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대선 출마 여지를 남긴 한 대행은 자신에게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 전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은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은 총리가 향후 수 년간 한·미 관계의 영향을 미칠 관세 협상을 논의할 권한이 있느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한 FT의 질문에 “나의 권한은 헌법과 관련 법률에서 비롯되며, 권한대행과 선출된 대통령 간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FT는 한 대행이 자신의 권한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발끈했다(bristled at)’ 고 묘사했다.

지난 19일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살사진기자단
협상 전권을 강조하는 한 대행의 답변은 과도 정부의 한계를 언급한 다른 장관들의 입장과 다소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지난 16일 국회에 출석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관세 협상을) 최대한 서두르지 않겠다. 아주 파이널 한 결정은 새 정부에서 하면 된다”고 했다. 최 부총리와 함께 방미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20일 KBS 일요진단에서 “섣불리 협상을 타결하기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 대행은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6월 전까지 미국과의 협상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려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완전 타결은 아닐지라도 양측간 이견은 최대한 좁혀 놓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한 대행은 미국이 지적하는 국내 비관세 장벽도 규제로 지칭하며 “우리 규제가 완화되면 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10일 국무회의)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국내 비관세 장벽으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독과점 규제, 콘텐트 사업자 망 사용료 부과 등을 거론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대선 출마 여부 및 윤어게인 신당 관련 입장 표명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