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베센트 "꺼져" 욕설∙고성…"프로레슬링처럼 싸웠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국세청장(IRS) 직무대행 임명 문제를 둘러싸고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격렬한 말다툼을 벌였다고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가운데)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가운데)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악시오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7일 베센트와 머스크가 백악관 웨스트윙에서 심하게 말다툼을 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전 머스크가 추천한 게리 섀플리를 청장 대행으로 임명한 것이 발단이었다. 베센트는 재무부 차관인 마이클 포켄더를 밀고 있었다.

이날 회의에서 베센트는 이 문제를 따지면서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가 예산 삭감에 대해 과도한 약속을 하고 실제 성과는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머스크는 베센트를 “소로스의 대리인”이라고 지칭하며 “실패한 헤지펀드 운영자”라고 맞받았다. 헤지펀드 ‘키 스퀘어’ 그룹 창업자 출신인 베센트 장관은 과거 민주당에 거액을 기부해온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회사에도 몸담았다.

언쟁이 격해지면서 주변에서 두 사람을 떼놓아야 할 정도였다. 이후에도 베센트는 머스크에 “꺼지라”는 취지의 험한 욕설을 했고 머스크는 “더 크게 말해보라”고 응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모습을 지켜봤고 두 사람의 말다툼은 웨스트윙 복도에서도 이어졌다. 한 목격자는 “두 명의 중년 억만장자가 마치 WWE(프로레슬링)처럼 웨스트윙 복도에서 싸웠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다음날 IRS 청장 직무대행에 마이클 포켄더를 임명했다. 머스크가 추천한 게리 섀플리는 사흘만에 경질됐다. 머스크는 지난 3월에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 직원들의 해고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공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베센트와 머스크의 악연은 지난해 대선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머스크가 재무장관 자리에 하워드 러트닉 현 상무장관을 공개 지지한 것이다. 최종적으로 베센트가 재무장관으로 낙점됐으나 베센트는 이후에도 머스크가 자신을 패싱하고 각종 인사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한 베센트 측 인사는 “스콧은 평소엔 온순하지만, 한계를 넘으면 분노를 표출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 함께 나온 일론 머스크와 아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1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 함께 나온 일론 머스크와 아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머스크에 대해 “우리는 언젠가는 그를 떠나게 하고 그 일(테슬라 경영)을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머스크는 5월부터 테슬라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DOGE에서 특수공무원(SGE) 신분으로 활동 중인데, 오는 5월 말로 130일간의 활동 시한이 만료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머스크에 대해 “어떤 개인에 대해 더 높이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놀랍고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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