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日·中관계 훈풍?…양국 정상 친서까지 오간다

‘트럼프 관세’로 일본과 중국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보이던 양국 간 만남의 속도가 최근 들어 잦아지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일본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왼쪽)가 지난 23일 중국을 방문해 왕후닝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일본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왼쪽)가 지난 23일 중국을 방문해 왕후닝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4일 연립 여당인 사이토 데쓰오(斉藤鉄夫) 공명당 대표가 지난 23일 왕후닝(王滬寧)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을 만난 데 이어 오는 27일부터 사흘간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간사장 등 일·중 우호의원연맹이 방중한다고 전했다. 2주 연속으로 일본 정치권 인사들이 줄이어 중국을 찾는 것인데, 재미있는 건 이들의 방중과 함께 건네질 ‘친서’가 있다는 점이다. 
올 초부터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중국 방문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 수차례 보도된 데 이어 트럼프 관세 부과와 맞물려 최근 양국 정상 간의 친서가 오가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사이토 대표 편에 자신의 친서를 왕 주석을 통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달했는데, 모리야마 간사장 역시 이시바 총리의 친서를 들고 중국을 찾을 예정이다. 

중국 역시 일본에 협력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최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일본을 방문한 데 이어 주일 중국대사관을 통해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의 친서가 이시바 총리에게 전달됐다. 리 총리는 친서를 통해 “미국 보호주의에 공동으로 대항하자”는 취지의 내용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은 일본과 중국 간의 대화가 빈번해진 배경으로 먼저 트럼프 관세를 꼽고 있다. 미국 견제용으로 일본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마이니치는 “미국과 무역 전쟁이 격화하는 이 시기, 시 지도부가 일본 의원 방중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도 중국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어필해, 미국을 견제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이토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중국 정부 관계자가 트럼프 관세로 곤란한 상황이라는 점을 언급했다는 것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이끌고 있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담당상이 지난 21일 국회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관세 협상을 이끌고 있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담당상이 지난 21일 국회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과의 대화가 확연히 증가했지만, 일본으로서는 고려할 점도 있다. 바로 트럼프 관세에 대한 협상이다. 트럼프 정권이 방위비와 상호관세 등을 한 번에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원스톱 쇼핑’에 나선 상황에서 일본으로서는 섣불리 중국의 손을 잡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마이니치는 “일·미동맹을 외교 축으로 하는 일본에겐 중국 측의 접근은 지금부터 본격화하는 일·미관세 교섭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성을 품는다”고 평가했다. 이시바 총리가 중국 방문과 함께 시 주석의 방일을 추진하고 있지만, 양국이 화해 무드로 들어서기엔 관세 협상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NHK는 아카자와 료세이(赤沢亮正) 경제재생담당상이 이달 30일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등과 2차 관세 협상을 한다고 전했다. 미국 측과의 일정 조정이 이뤄질 경우 오는 5월 1일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