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라테스 업체 잠정휴업 관련 자료사진. 연합뉴스
B씨는 필라테스 1:1 레슨 36회를 200만원에 결제했는데, 학원에서 2개월 만에 폐업 예정임을 통보하며 그동안 받은 수업을 정상가 이용료(9만원)로 계산하고 위약금(10%)을 공제한 뒤 24만원만 환급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사업자의 폐업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것임에도 불리한 환불 규정을 강제한 것이다.
작년에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대표적인 '필라테스 먹튀' 사례다. 폐업을 앞두고도 장기 계약을 체결한 뒤 잠적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길어지는 내수 부진과 경쟁 심화로 인해 헬스장과 필라테스 폐업이 늘자 이와 같은 피해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폐업으로 인한 피해 구제 신청이 많아지고 있는데, 사실상 구제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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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처리 금액도 3430만원으로 피해 계약 금액 2억8250만원의 10% 수준에 그쳤다. 김재섭 의원은 "소비자원에 들어온 사례는 일부일 뿐"이라며 "최근 경찰 조사 등에도 적발되는 등 특히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폐업사례가 늘어나면서 최근 현장 소비자 피해가 더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 측에서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사실상 사업자가 연락을 받지 않으면 소비자원에서는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어 대부분 사건 접수도 받지 않고, 민·형사 조치 등을 대신 안내하는 편"이라며 "폐업한 경우에는 공문을 보내도 반송되기 때문에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최근 통계를 보면 헬스장보다 필라테스에서 '폐업 먹튀' 피해 신청이 늘고 있다. 작년 폐업으로 인한 구제 신청 중 필라테스가 142건으로 헬스장(88건)과 요가(24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필라테스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게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필라테스는 개업이나 폐업 시 지자체 허가와 신고가 필요한 체육시설업이 아닌 자유업종으로 분류된다. 갑자기 문을 닫고 잠적해도 지자체에 관련 정보가 없어 사업자를 확인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헬스장에 이어 필라테스도 표준계약서를 마련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표한다. 익명을 요청한 현장 관계자는 "표준계약서는 보증보험가입 여부를 표시하고 폐업 예정 14일 전에 통지하도록 하는 정도에 불과한데, 실질적으로 '폐업 먹튀'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보증보험가입 의무화와 필라테스 체육시설 편입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은 국회에서 반년 넘게 계류 중이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준비 중인 정부안은 발의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당장 소비자에게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은 '카드 할부' 활용이다. 이유진 한국소비자원 팀장은 "신용카드 할부 시 잔여 금액에 즉시 할부항변권을 행사해 돌려받을 수 있다"며 "지나친 장기계약은 피하고 만약 할부가 되지 않는 가맹점은 카드사에서 민원이 많이 들어와 막았을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