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1분기 훈풍…“美 관세 대응 위해 판가 인상도 검토”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LG전자가 글로벌 가전 수요 둔화 속에서도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이번 실적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가 반영되기 전이어서, 2분기부터는 대외 변수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 할 가능성이 있다. LG전자는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유통과 협의해 일정 수준 판가(판매가격) 인상을 통한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2조7398억원, 영업이익 1조2591억원의 확정실적을 24일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5.7% 줄었지만, 6년 연속 1조원을 넘겼다. 매출은 작년보다 7.8%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프리미엄 중심의 제품 전략과 기업간거래(B2B) 확대 등 사업 다변화 전략이 주효했다.

가전 수요 둔화에도 실적…전장·HVAC 견인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특히 B2B 사업의 핵심인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치)과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 실적을 견인했다. 두 부문 모두 역대 분기 중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장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 1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6.8% 상승한 2조8432억원, 영업이익은 141.5% 증가한 1251억원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가 있었지만,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제품 수요 증가로 돌파구를 만들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는 내비게이션이나 오디오·비디오 등 다양한 정보와 오락 기능을 제공하는 기기 또는 기술을 말한다.  

냉난방공조를 맡은 ES사업본부는 매출액 3조544억원, 영업이익 4067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각각 18%, 21.2% 증가했다. LG전자는 “올 초부터 HVAC 사업을 독립 사업본부로 운영하며 자원 투입 효율성과 B2B에 적합한 체계 구축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관세 대응책으로 "판가 인상도 검토" 

문제는 2분기부터다. 트럼프발 관세 여파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서다.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김이권 HS본부(가전 담당) 전무는 “생산지 최적화 측면에서 우선 관세 인상 회피가 가능한 멕시코와 미국 생산지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며 “스윙 생산 관점에서 세탁기·건조기 물량을 미국 테네시로 이전해 생산 물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향 가전 매출의 10% 후반까지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 인상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전무는 “유통과 협의를 통해 일정 수준의 판가 인상을 통한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LG전자는 당장 2분기보다 하반기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판가나 판촉가 협의는 재고 문제가 있어서 2분기에 다시 고객사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LG디스플레이도 1분기 영업이익이 33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전 4694억원의 영업손실이 난 것과 비교해 5000억원 이상 실적을 개선했다. 계절적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에 흑자를 기록한 건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매출액은 6조65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 늘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의 체질 개선 노력과 더불어 강도 높은 원가 절감 및 운영 효율화 노력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또 “관세는 완제품 업체의 이슈”라며 패널 부품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