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36% "한 번 이상 폭력 피해"…절반 이상 "사회 안전하지 않아"

지난해 11월, 세계 여성 폭력 추방 주간을 맞이해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여성 살해를 규탄하는 '192켤레'의 멈춘 신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세계 여성 폭력 추방 주간을 맞이해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여성 살해를 규탄하는 '192켤레'의 멈춘 신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성 3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배우자나 헤어진 연인 등으로부터 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절반 이상은 한국 사회가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졌다.

여성가족부는 24일 제13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2024년 여성폭력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9~11월 전국 성인 여성 7027명을 대면 조사한 내용이다.

설문 결과, 평생 한 번 이상 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밝힌 비율은 36.1%였다. 이번에 추가한 스토킹 항목을 제외하고 2021년 조사와 동일한 기준으로 산출했을 땐 35.8%로, 2021년(34.9%)보다 0.9%포인트 늘었다. 최근 1년간 폭력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7.6%로 나왔다. 3년 새 1.4%포인트 올랐다.

조용수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폭력 피해 경험이 증가한 건 작년 교제 폭력, 딥페이크 성범죄 등이 발생하면서 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평생 경험한 폭력 피해 유형(중복응답)은 성적 폭력이 53.9%로 가장 많았고, 정서적 폭력-신체적 폭력 등의 순이었다. 최근 1년간 경험한 폭력 피해도 같은 순서였다. 이러한 폭력 피해는 주로 10~40대에 집중됐다.


여성폭력 관련 인포그래픽. 자료 여성가족부

여성폭력 관련 인포그래픽. 자료 여성가족부

여성이 평생 경험한 가장 심각한 신체적·정서적·경제적 폭력의 가해자는 '당시 배우자'가 최다였다. 성적 폭력은 전혀 모르는 사람, 스토킹은 헤어진 전 연인이 가해자인 경우가 제일 많았다. 피해 당시 사귀던 사람이나, 과거에 사귀었지만 피해 시점에선 헤어진 사람에게서 한 번 이상 교제폭력을 겪은 여성은 6.7%였다. 최근 1년간 교제폭력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0.9%로 집계됐다.

특히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도 여성폭력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여성의 51.6%는 '우리 사회가 폭력 피해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안전하다고 밝힌 비율은 20.9%에 그쳤다. 다만 2021년과 비교해 안전하지 않다는 부정적 응답이 6.2%포인트 줄어든 반면, 안전하다는 평가는 4.6%포인트 늘었다. 여성 10명 중 4명(40%)은 '일상생활에서 폭력 피해를 볼까 두렵다'고 했다. 두렵지 않다는 응답은 25.2%였다. 3년 새 '두렵다'는 평가는 3.6%포인트 늘었지만, ‘두렵지 않다’는 9.4%포인트 감소했다. 

이러한 양면적인 인식에 대해 조용수 국장은 "스토킹처벌법·스토킹방지법 등 신종 범죄에 대한 법·제도가 마련돼 사회 안전성에 대한 체감이 높아졌다"면서도 "이와 동시에 교제폭력이나 딥페이크 사태로 일상에서 느끼는 두려움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성폭력 문제 예방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론 '아동·청소년기로부터 이뤄지는 폭력예방교육'(35.6%)이 첫손에 꼽혔다. 피해자 보호 정책으론 '피해자 지원 서비스 확대(심리적·법률 지원)', 가해자 처벌 정책에선 '실질적 처벌(보호처분·감형 지양)'이 제일 많이 선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