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남부 이스트 43번가와 프레이저 스트리트 인근에서 열린 라푸라푸 데이 축제에서 한 남성이 몰던 SUV 차량이 군중으로 돌진한 사고와 관련해 현지 경찰이 현장을 수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AP통신과 현지 방송에 따르면 스티브 라이 밴쿠버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전날(26일) 발생한 차량 돌진에 의한 사망자 규모는 지금까지 11명으로 확인했다”면서 “운전자는 30세 밴쿠버 거주 남성”이라고 말했다.
밴쿠버 경찰에 따르면 살인 등 혐의로 입건된 해당 운전자는 전날 저녁 가족 중 1명의 소유인 검은색 아우디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을 몰고 거리 축제 현장의 푸드트럭 사이 행사장을 빠른 속도로 내달리며 인파 속으로 돌진해 시민 수십 명을 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자리에서 열리고 있던 행사는 문화와 다양성을 기념하고 스페인 식민 지배에 맞서 싸운 원주민 지도자를 기념하기 위해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필리핀 교민들이 매해 주최하고 있는 ‘라푸라푸 데이’ 축제였다. CNN은 “공연팀이 전통 필리핀 춤을 추기 위해 거리를 가득 메웠고, 각종 푸드트럭도 줄지어 있던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마치 전쟁터 같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밴쿠버 경찰은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1명이 숨졌고 수십명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중상자가 여럿 있어서, 인명 피해 규모는 바뀔 수 있다고 현지 경찰은 덧붙였다.
SNS상에는 길거리 잔해 사이에서 사람들이 움직임 없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공유됐다.

사고 현장에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꽃들이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밴쿠버 경찰은 현재로선 테러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라이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피의자의 정신과 치료 이력 등을 토대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테러의 경우 그 배후에 정치적 또는 종교적 이념이나 특정 사상이 있어야 하는데, 피의자에겐 그런 특이사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켄 심 밴쿠버 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라푸라푸 축제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매우 가슴이 아프다”면서 “이 믿을 수 없는 사건으로 피해를 본 모든 분, 특히 밴쿠버 내 필리핀 커뮤니티에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적었다.
이번 사건은 캐나다 총선을 앞두고 발생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저는 모든 캐나다 주민과 함께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캐나다인들은 이 사건 피해자와 그 가족에 연대의 마음을 보내며 하나가 돼 있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일까지 하루 남아 있지만 카니 총리는 선거운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필리핀계 주민은 3.5%에 해당하는 17만4000명으로 남아시아계와 중국계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이날 하루 동안 최대 10만명이 축제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