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치솟은 부산 ‘준공 후 미분양’… 지역선 ‘세금 감면’ 자구책도

부산 해운대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부산 해운대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100여 세대 중에 실제 분양된 게 2세대뿐. 부산 준공 후 미분양 문제가 날로 심각해진다.” 지난해 7월 준공한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 분양 실적 부진을 두고 최근 지역 부동산 업계에선 이런 말이 나돈다. 이미 공사비가 100% 투입된 이후 분양이 안 돼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려 지역에선 지방세인 취득세를 깎는 등 자체 처방도 시도되고 있다.

부산 준공 후 미분양, 2달 새 또 신기록

30일 국토교통부의 미분양 주택 현황(3월)을 보면, 부산지역 준공 후 미분양 물건은 2438세대로 집계됐다. 지난 1월 2258세대로 1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두 달 만에 다시 미분양이 늘며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 1월(1174세대)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부산 준공 후 미분양 물건은 약 2배로 급증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선 입지에 비해 높은 분양가격이 고수되는 데다, 수요 분석 없이 공급 사업이 추진된 점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전국 2만5117세대 중 88%가 지방에  

부산 이외 지역에서도 준공 후 미분양 물건이 해소되지 않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3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건 2만5117세대 가운데 2만2193세대(88.4%)가 서울ㆍ경기를 제외한 지역에 몰렸다. 광역시별로 보면 대구(3252세대), 부산(2438세대), 울산(964세대) 등이다.

8일 대구 서구 내당동 반고개역 푸르지오 아파트에 '1억 이상 파격 할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반고개역 초역세권인 이 아파트는 지난 2월 239가구 분양에 나섰으나 청약률이 저조해 미분양이 많이 남아 있다. 뉴스1

8일 대구 서구 내당동 반고개역 푸르지오 아파트에 '1억 이상 파격 할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반고개역 초역세권인 이 아파트는 지난 2월 239가구 분양에 나섰으나 청약률이 저조해 미분양이 많이 남아 있다. 뉴스1

 
준공 후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으면 건설사 입장에선 이미 투입한 공사비를 회수할 수 없고, 유동성에 악영향을 준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간한 ‘RICON 건설 BRIEF’ 3월호에선 급등하는 이자비용 및 미수금에 따라 건설업계가 10년 만의 최악의 경영환경에 놓였으며 “이런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면 과거 IMF 금융위기, 글로벌금융위기에 준하는 불황이 올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전망했다.


보고서엔 “한국의 건설산업은 대기업과 중견ㆍ중소기업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로 운영되고 있다”며 “중소 및 지방 건설의 위기는 건설산업 전체의 위기 확산 전 단계”라는 분석도 담겼다.

세금 깎고, 승인 미루고… “DSR 배제” 목소리도

오는 7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시행되면 실수요자 구매력이 줄면서 지역 미분양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단계는 기존 스트레스 DSR 정책에 스트레스 금리 1.5%를 100% 적용해 주택담보·신용대출 등 한도를 축소하는 조치다.

이에 지역에선 여러 자구책이 시도된다. 부산시의회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2년 넘게 임대하면 사업 주체가 부담하는 취득세를 깎아주는 내용의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세 수입이 줄더라도 급증하는 준공 후 미분양 물건 해소에 중점을 두겠다는 시도로, 조례안 가결 여부는 다음 달 본회의에서 결정된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광역시 가운데 분양 후 미분양 물건이 가장 많은 대구에선 2023년부터 신규 주택건설 승인이 전면 보류됐다. 대구시가 최근 주최한 민ㆍ관 합동 주택정책 자문위원회에서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을 지방에 한해 연기하거나 지방 미분양 주택 취득 시 DSR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