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 최종 계약 서명 전날, 체코 법원 "절차 중단" 결정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발전소 계약이 체결식 하루 전 제동이 걸렸다. 현지 법원이 계약 절차를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다.

6일(현지시간)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한수원과 체코전력공사(CEZ) 자회사 EDU II 간의 두코바니 원전 2기 계약 서명을 중단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했다. 한수원은 7일 EDU II와 프라하에서 원전 건설 계약 체결식을 앞두고 있었다.

앞서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의 경쟁자였던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한수원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UOHS가 이를 기각하며 원전 수출 계약이 최종 단계에 다다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EDF가 지난 2일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날 법원은 최종 계약 서명을 일단 막기 위해 EDF가 제기한 가처분 성격의 소송을 인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체코의 신규 원자력발전소 예정 부지인 두코바니에서 운영 중인 원전. 사진 대우건설

체코의 신규 원자력발전소 예정 부지인 두코바니에서 운영 중인 원전. 사진 대우건설

브르노 지방법원은 “계약이 체결될 경우, 프랑스 입찰자(EDF)는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이 나더라도 계약을 체결할 기회를 잃게 된다”고 밝혔다. EDF가 제기한 본안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최종 계약 체결을 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수원과 EDU II 간의 계약 절차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다만 브르노 지방법원은 “(가처분 인용은) 원고(EDF)가 후속 소송에서 승소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계약 체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체코로 출국한 대표단은 경제 부처 장차관급 인사와 국회의원들로 구성됐다. 정부 측에서는 대통령 특사단으로 임명된 안덕근 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 김성섭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포함됐다. 국회에서는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 박성민·강승규·박상웅 의원(이상 국민의힘), 허성무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주영 의원(개혁신당) 등이 특별방문단으로 동행했다. 

현지에 이미 도착한 한국 원전 산업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워했다. 원전 수출 계약 자체가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당장 다음 날 프라하 리히텐슈타인궁에서 열 예정이던 계약 체결식 자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추진하려던 양국 간 포괄적 경제 협력 논의 역시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발주사인 EDU II와 아직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계약식을 준비 중이던 체코 EDU II는 이날 “EDF의 소송이 근거가 없다고 판명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코 정부는 향후 한국과의 계약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찰 평가 절차가 관련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었다고 확신한다”며 한수원의 수주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알라 총리는 이어 “업체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민과 기업을 위한 저렴한 전기 공급”이라며 “법원은 모든 상황과 리스크를 잘 알고 있으며 신속하게 결정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CEZ는 이날 입찰이 모든 단계에서 전적으로 투명했다면서 한수원이 더 우수했다는 점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EDF에 입찰 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UOHS도 이날 로이터에 “법원의 결정은 절차적인 것으로, 법원은 사건을 어떻게 판결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며 “우리는 우리의 결정이 옳았다고 믿는다”고 했다.

사업비 26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출 계약은 수년간의 우여곡절을 거쳐 최종 단계에 다가가는 상황이었다. EDF의 문제 제기 이전에는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도 해소했다. 하지만 이번 EDF의 소송으로 또 한 번 최종 계약 일정이 재조정될 전망이다. 산업부는 안덕근 장관이 현지에 도착하는 대로 발주사와 논의해 대응을 준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