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장관 통화…조태열 "관세 협상, 대선 기간 감안해달라"

조태열 외교부장관(좌),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태열 외교부장관(좌),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6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한·미 간 관세 협의는 한국의 대선 정국을 감안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행하자고 요청했다. 이번 통화는 두 장관이 지난달 3일(현지시간) 벨기에 나토(NATO)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대면한 지 한 달 만에 이뤄졌다. 최근 한국이 초유의 대통령 ‘대대대행 체제’를 맞은 동시에 관세 협상의 수장이 교체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에게 미국이 한국의 정치적 전환기 동안 흔들림 없는 지지를 발신해준 데 사의를 표했다. 이어 “6.3 대선 이후 한국의 새 정부가 빠르게 안착하고 한·미 간 협력의 성과가 이어질 수 있도록 대선 직후 조속한 한·미 정상 통화 성사 등을 위해 루비오 장관의 각별한 관심”을 요청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조 장관은 특히 “최근 한·미 통상 당국 간 관세 협의에서 상호 호혜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되 한국의 대선 정국을 감안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협의를 해나가자”고 했다. 특히 한·미 간 2+2 통상 협의에서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란 점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은 한·미 동맹을 중시하며 이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루비오 장관은 특히 한·미 동맹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확장억제 등 한·미 방위 역량 ▶무역·투자 등 경제·기술 파트너십 등 3개의 축(pillar)을 바탕으로 강화돼 왔으며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협력해가겠다고 부연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날 통화는 미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는데, 미 측이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체제 등과 관련해 한국에 정국과 관련한 설명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 간 2+2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퇴로 관세 협상의 수장마저 교체됐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이런 점을 감안해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불리해지지 않도록 해줄 것과 한국의 차기 정부에서도 한·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가야 할 필요성 등을 두루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루비오 장관은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루비오 장관이 최근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직하게 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루비오 장관은 이달 1일 마이클 월츠 전 안보보좌관이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경질성 자리 이동을 하면서 안보보좌관을 동시에 맡게 됐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국무장관 겸 안보보좌관은 헨리 키신저의 겸직(1973~7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루비오 장관에 대한 신뢰가 막강하다는 의미일 수 있다. 외교·안보·국방 뿐 아니라 관세 협상에서도 트럼프의 귀를 잡고 있는 루비오 장관의 ‘입김’이 세졌다고 볼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