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청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0일 오후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찻집에서 김장하 전 남성문화재단 이사장과 차담을 갖고 있다. 뉴스1
이 후보가 언급한 발언은 지난 2일 김 전 이사장이 최근 퇴임한 문 전 대행을 만나 던진 질문이다. 당시 김 전 이사장은 “평소 의문이 많았다”며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주의 꽃이라고 하는데, 요란한 소수가 조용한 다수를 지배한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문 전 대행은 한참 망설이다가 “민주주의 정신을 가진 지도자가 나타날 것”이라며 “요란한 소수를 설득하고 다수 뜻을 세워나가는 그런 체제를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이며, 이번 탄핵의 광장에서 시민들이 외친 그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지도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이 후보와 김 전 이사장의 차담은 30여분 간 이어졌다. 이 후보는 평소 지역 일정과 달리 검은색 양복을 갖춰 입었다. 이 후보는 “아실지 모르겠는데 문형배 그 친구하고 저하고 꽤 가까운 사이다. 훌륭한 제자를 두셨다”라며 대화를 시작했다. 이 후보와 문 전 대행은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다. 김 전 이사장이 “승복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을 땐, 이 후보가 “같이 사는 세상에서 승복하지 않으면 전쟁밖에 안 남는다”고 맞장구쳤다. 김 전 이사장은 과거 100억 원이 넘는 사재를 들여 명신고등학교를 세우고 매년 수십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후원해 온 인물로,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의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졌다.
비공개 차담에서 김 전 이사장은 바깥사돈끼리 만나 식사를 하는 일화를 언급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만나 밥을 먹다가 돌을 씹었는데 밥을 대접한 주인 사돈이 “돌이 많은 모양입니다”라고 하니, 손님 사돈이 “그래도 돌보다 밥이 많은데요”라고 답했다는 얘기다. 이 후보는 이 대화를 전하며 “결국 우리 사회에, 밥에, 돌 없는 제대로 된 밥을 지어야 한다는 뜻이지 않겠냐”고 풀이했다.

영남 신라벨트 골목골목 경청투어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경남 창녕군 창녕공설시장을 찾아 즉흥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이 후보는 3차 경청 투어로 경남 창녕·함안·의령·진주·사천·남해·하동을 순회했다. 창녕에선 “정치는 우리가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가만히 있으면 상대방이 자빠진다. 그러면 우리가 이기는 것”이라고 국민의힘의 내분 양상을 거론했다. 기자들에겐 “저는 그 집안만 보면 자꾸 웃음이 나온다. 그게 무슨 정당이냐”라고 성토했다. “정당하게 뽑은 후보를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새벽에 뒤집었다”며 “내란당이 내란당 후보를 옹립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 후보는 미국 출국길에 오르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통화한 사실도 밝혔다. 이 후보는 “홍 시장이 지지율 85%의 룰라를 배울 필요가 있다. 좌우 가리지 않고 통합해서 오히려 국가만 위한다면 지지율 높은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홍 전 시장 같은 훌륭한 분들이 함께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남 일부 지역에선 이 후보를 향해 “와 이래샀노”, “장날 와서 이게 뭐하는 짓이고”라고 항의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우주항공방위산업 정책과 해병대 정책을 연달아 발표했다. 우주항공방위산업과 관련, ▶국내 항공 MRO(보수·수리·정비) 산업 경쟁력 강화 ▶K-공항 모델 수출 지원 ▶미래 교통수단 K-UAM(도심항공교통)산업 육성 ▶방위산업 기술 자립 ▶경남 우주항공국가산업단지 육성 등을 공언했다. 해병대 정책으로는 “해병대를 ‘준4군 체제’로 개편하고 해병대 사령관의 위상을 격상하겠다”며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