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티프 미안(Atif Mian)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석좌교수가 지난 8일 연세대학교 대우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아티프 미안(Atif Mian)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석좌교수가 지난 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가계부채 급증이 당장 금융위기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소비를 제약해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건 확실하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결국 부채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국 부동산 기업 에버그란데(헝다그룹) 파산처럼 관련 위기가 터지고, 성장의 발목을 잡힐 수 있다”면서 “한국도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인다”고 했다.
미안 교수는 가계부채·금융위기·경제성장·불평등 간 상호작용에 대한 선도적인 연구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경제학자다. 그는 2014년 출간한 저서 『빚으로 지은 집』에서 ‘레버드 로스(levered loss·빚을 내 증폭된 손실)’라는 개념을 통해 가계부채와 경제위기의 인과관계를 조명했다. 집값이 폭락하면 빚을 낸 사람일수록 더 큰 타격을 입고 소비를 급격히 줄이는데, 이는 결국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미안 교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부채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민간 부문의 소비를 확대하는 ‘소비 주도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를 낮춰 쉽게 돈을 빌려주고, 이를 통해 주택 구매 등 수요를 창출하려 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주거비·생활비가 높아지면서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들이 집을 더 쉽게 살 수 있어야 보육 서비스, 문화생활 등 다른 분야에 대한 소비가 늘어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은 어느 정도 성장을 하면 경제 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비를 늘리는데, 한국은 소비 대신 주택 구매 등 자산을 축적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그는 “과도한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토지세·보유세 등 주택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억제할 수 있다”며 “이런 세금엔 항상 반대가 있기 때문에, 그 세수를 젊은 층의 소득세 인하에 활용해서 소비 여력을 늘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부채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미안 교수는 “정부가 재정 지출로 민간 소비를 늘리려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비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는 구조에서,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재정 지출을 통해 수요를 떠받치는 ‘강제적 재정 지배(forced fiscal dominance)’는 일본이 이미 빠진 함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민간 부채가 과도해지면서 위기 상황이 발생하고, 그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부 부채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을 유의해야 한다”며 “중앙은행이 부채의 ‘인질’이 되어 금리인하 압박 등 통화정책에 제약을 받게 되는 측면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안 교수는 최근 미국이 주도한 무역 전쟁과 관련해선 “무역 장벽으로 성장이 둔화하면 많은 부채를 감당하는 게 더 어려워진다”며 “특히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세대가 수여하는 제16회 조락교경제학상 수상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 경제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수상자에게는 상금 1억원이 수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