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내곡동에 위치한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전경. 사진 한국콜마
K뷰티 열풍으로 실적 고공행진 중인 콜마그룹이 돌연 불거진 ‘남매 갈등’으로 술렁이고 있다. 지주사 콜마홀딩스와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가 이사회 개편을 놓고 송사를 벌이면서다. 건기식 사업이 부진하다며 오빠가 경영에 관여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동생이 이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현재 지주사는 윤동한 한국콜마 창업주의 장남인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는 장녀 윤여원 대표가 이끌고 있다.
콜마 “실적 부진 책임 져야”

김주원 기자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콜마홀딩스는 지난 2일 대전지방법원에 콜마비앤에이치의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을 개최해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기 위해서다.
콜마홀딩스 측은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해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컸다”며 “경영 쇄신을 위해 이사회 개편을 위한 임시주총 개최를 요청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아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2022년 매출 5759억원, 영업이익 611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 6156억원, 영업이익 246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2020년 7만원대에 거래되던 콜마비앤에이치 주식은 최근 1만원대로 떨어졌다.
현재 콜마비앤에이치의 지분율은 콜마홀딩스 44.63%, 오빠 윤상현 부회장 31.75%, 동생 윤여원 대표 7.78% 등이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지분 구조 상 콜마홀딩스가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목적이며 필요하다면 대표 교체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비앤에이치 “납득 어려운 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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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비앤에이치는 지주사의 요구가 부당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실적 반등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대표이사 체제와 이사회를 변경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콜마비앤에이치 측은 “2020년만 해도 코로나 특수로 건기식 시장이 커지며 콜마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최근 업황 조정기를 맞아 세종3공장 건립 등 투자를 집행하느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수출이 크게 증가해 매출 중 해외 사업 비중이 37%까지 늘어나는 등 사업이 순항 중이었다는 설명이다.
콜마비앤에이치 관계자는 “그간 주요 의사 결정이 모두 지주사와 윤상현 부회장 협의 하에 이뤄졌다”며 “돌연 경영 역량을 문제 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는 지주사가 자회사의 독립경영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본다. 다각도로 대응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어쩌다 송사까지

김주원 기자
콜마홀딩스가 자회사와 각을 세우게 된 배경에는 미국 행동주의 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달튼)의 영향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3월 달튼은 콜마홀딩스 지분율을 5.01%에서 5.69%로 늘렸고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성윤 달튼코리아 공동대표는 콜마홀딩스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달튼 측은 “K뷰티 열풍에도 한국콜마의 주가가 저평가돼있다”고 지적했는데 자회사 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도 원인으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콜마의 주가는 지난 2016년 6월 이후 10만원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10월에는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8만원대에 거래 중이다.
부친 윤동한 회장은 양측을 중재하고자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남매 사이 불화가 외부로 표출된 것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콜마비앤에이치 관계자는 “오빠는 화장품, 동생은 건기식 사업을 맡아 각자의 영역을 키워가고 있었다”며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