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협박', 트럼프에도 통했다…한국은 탈출구 있나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중국 간 양자 회담이 열리는 날 양측 대표단이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중국 간 양자 회담이 열리는 날 양측 대표단이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2일 미·중의 ‘관세 빅딜’로, 그동안 파국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가 해빙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중국이 협상 지렛대로 활용한 것은 희토류 수출 금지 카드였다. 앞서 2010년 일본과 영토 분쟁 중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열도)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나포됐을 때도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통제해 2주 만에 항복을 받아낸 바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중국이 전략 자원을 무기화한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한국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7대 핵심 원자재를 중심으로 최근 5년간 공급망 변화를 분석해봤다.

불화수소·제논 중국 의존도↓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15일 한국무역협회의 ‘7대 반도체 원자재 수입액 및 국가별 비중’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의존도는 일부 품목에서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반도체 식각·세정에 사용되는 불화수소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중국 수입액 비중이 80.1%(2022년)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수입처 다변화와 국내 생산 확대에 힘입어 중국 의존도는 2023년 60.6%, 2024년 29.2%까지 낮아졌다.  

반도체용 희귀가스 제논도 마찬가지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한때 중국 비중이 64.5%까지 높아졌지만, 미국·프랑스 등의 수입 비중을 늘리면서 지난해엔 8.6%까지 떨어졌다.  

텅스텐·희토류 中 의존도 높아  

2012년 3월 14일 중국 장시성 난청현의 희토류 금속 광산 현장에서 노동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2년 3월 14일 중국 장시성 난청현의 희토류 금속 광산 현장에서 노동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중국에 대한 전체적인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지난해 원자재별 중국 수입액 비중(순위)을 살펴보면 ▶텅스텐가루 93.9%(1위) ▶네온 73.6%(1위) ▶희토류(화합물) 47.5%(1위) ▶실리콘웨이퍼 33.8%(1위) ▶불화수소 29.2%(2위) ▶제논 8.6%(3위) ▶크립톤 6.1%(2위)로 조사됐다.


특히 중국이 최근 수출을 막은 희토류와 텅스텐의 의존도가 높았다. 반도체 웨이퍼 연마제로 쓰이는 희토류 화합물은 2021년 이후 줄곧 중국 의존도가 50%에 육박하고 있다. 웨이퍼 표면에 전기가 통하는 길을 만들어주는 금속 배선에 필요한 텅스텐은 중국 수입액 비중이 90%대를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높은 인건비와 강화된 환경 규제에 따라 채굴·가공을 축소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 강해졌다.

한 가지 다행인 건 단기적으로 버틸 힘이 있다는 점이다. 중국 상무부의 사전 승인을 받으면 수입할 수 있고, 중국이 향후 전략 자원을 무기화한다고 해도 6개월~최대 1년 치의 비축 물량이 있어 여력이 있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판단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대기업은 물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원자재를 비축했기 때문에 당장은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공급망 다변화 필수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은 필요하다. 앞서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가 90%에 달했던 일본은 2010년 중국에 희토류 금수 조치를 당한 이후 공급망 확보에 열을 올렸다. 호주 광산기업 라이너스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탈중국을 외치면서 2019년 90%에 달했던 중국 의존도를 60%(2023년)까지 떨어뜨렸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자립적인 밸류 체인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일본은 2010년부터 꾸준히 동남아·호주 등 희토류 원광 지분을 확보한 뒤 원천 기술을 개발해 중국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한국처럼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 멈춰 있는 해외자원·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