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한화 밥 안 먹어”…반도체 갈등이 급식사업으로 불똥

한화가 아워홈을 인수한 지 하루 만에 단체 급식 계약을 조기 종료하는 고객이 나타났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아워홈에 올 12월까지인 급식 계약을 오는 6월 말까지만 유지하겠다고 고지했다. 6개월을 조기 종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 지분 58.62%를 8695억원에 인수한 지 하루만이다.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급식산업 전시회에 마련된 단체급식 배식대. 뉴스1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급식산업 전시회에 마련된 단체급식 배식대. 뉴스1

재계에선 최근 한화그룹의 반도체 계열사인 한화세미텍과 한미반도체 간 갈등이 급식 사업까지 번진 것으로 본다. 한미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공정의 필수 생산 장비인 TC본더 시장에서 세계 1위 기업이다. 국내에선 HBM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 등이 주요 고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과 TC본더 납품 계약을 맺으면서 수주물량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한미반도체 측에서는 한화세미텍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법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화세미텍은 이번 아워홈 인수를 주도한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 총괄 부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급식업계에선 아워홈의 수주 물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국내 급식 시장 ‘빅4’인 아워홈은 지난해 역대 최대매출인 2조244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40%인 9000억원을 급식으로 벌어들였다. 이 급식 매출의 20~30%를 범LG그룹 계열사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은 2000년 LG그룹에서 분리·독립한 이후 범LG그룹 계열사의 단체 급식을 독점해왔다. 아워홈이 한화 계열사가 된 만큼 범LG 기업 입장에선 발주 물량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 만큼 그간 수의 계약으로 진행했던 급식 업체 선정을 공개 입찰로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급식업계 1·2위인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도 범LG그룹 신규 수주를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급식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기존 수주 물량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라며 “이미 대형 급식 업체들이 범LG 기업과 접촉하며 물밑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태원 아워홈 신임대표. 한화

김태원 아워홈 신임대표. 한화

한편 아워홈은 16일 임시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김태원(48) 한화갤러리아 미래사업TFT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사내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2016년 한화그룹에 입사해 한화갤러리아 전략실장, 한화그룹 건설·서비스 부문 전략 담당,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점장, 한화갤러리아 상품본부장 등을 거쳤다. 김 대표는 아워홈의 급식·식자재 유통 경쟁력에 한화의 F&B 역량을 더해 '국내 1위 종합식품기업'으로 올라선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한화의 일원으로 새로운 시작점에 선 아워홈이 국내외 식품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앞으로 많은 변화와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