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원화값 하루 평균 25원 출렁...‘제2 플라자 합의’ 경계 탓, 다음달 미 보고서 주목

이달 들어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하루 평균 25원 넘게 출렁였다. 달러 가치를 조정하는 ‘제2의 플라자 합의’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시장에 번지면서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원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원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달러당 원화가치 변동 폭은 하루 평균 25.26원(야간 거래 포함)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원·달러 거래가 가능한 시간이 오전 2시까지로 연장된 이후 가장 큰 변동 폭이다. 장 중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는 지난 4월 미국의 ‘관세 폭탄’ 여파로 하루 평균 15원 가까이 벌어졌는데, 5월 들어 그 폭이 더 커졌다.  

환율 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건 미국과 주요 무역국 사이 벌어지고 있는 관세 협상 때문이다. 지난 1일 대만이 미국과 당국자 간 첫 대화를 하면서 대만 달러의 가치가 크게 올랐다. 대만 정부가 미국의 환율 압박을 받아들일 거라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원화도 덩달아 강세를 보였다. 다음날(2일) 미 달러 대비 원화가치의 하루 변동 폭은 48.5원을 기록했다. 외환 거래 시간 연장 후 하루 기준 최대 폭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지난 12일 미ㆍ중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원화가치의 변동 폭이 33.9원에 달했다. 14일엔 한·미 간 환율 협의가 있었다는 보도 이후, 원화가치가 급등했다(변동 폭 31.5원). 지난 16일엔 장중 1387.9~1428.8원 사이를 오가며 변동 폭이 40원 넘게 벌어졌다.    

미국이 달러 약세를 유도할 거란 시장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스티븐 미란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보고서를 통해 “제2의 플라자 합의 같은 ‘마러라고(Mar-a-Lago Accord)’ 합의를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히며, 인위적인 달러 약세 조치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미 정부가 관세와 안보를 무기로 달러 약세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100일 동안 유로화ㆍ엔화 등 주요 6개국 대비 달러 가치인 달러인덱스는 9% 넘게 떨어졌다.  


하지만 외환시장에 대한 인위적인 개입은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플라자 합의가 이뤄진 1985년과 현재의 글로벌 환경 역시 크게 다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플라자 합의 같은 걸 하려면 유럽과 중국이 협조해야 한다”며 “유럽과의 협상은 진척이 더디고, 중국도 환율 논의는 부수적으로 보기 때문에 현재로선 그런 합의를 우선순위에 두기는 어렵다”고 봤다.  

한ㆍ미 관세 협의 과정에 ‘원화 절상’이 협상 카드로 쓰일 거란 전망도 나온다. 다음 달 발행되는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가 가늠자다. 한국ㆍ대만ㆍ일본 등과 관련해 어떤 내용이 실릴지 시선이 쏠린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당장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관세 협상의 영향으로 달러 약세가 심해지면 원화값은 단기간 1350원까지 오를 수 있다(환율은 하락)”고 전망했다.  

🔎플라자 합의(Plaza Accord)
1985년 9월 미국과 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이 뉴욕 플라자 호텔에 모여 체결한 다자간 통화 협정. 미국은 당시 막대한 무역적자와 강달러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자,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주요 국가들에 공조를 요청했다. 각국은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가치는 이후 2년 동안 달러화 대비 각각 60% 가량 절상됐다. 일본은 급격한 엔고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졌고,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불황에 빠지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