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븐일레븐은 오는 21일부터 주방세제,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3종을 300ml의 소용량으로 선보인다. 사진 세븐일레븐
가성비를 강조하며 대용량 상품을 잇달아 선보였던 편의점이 다시 소포장 생필품으로 ‘유턴’하고 있다. 201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편의점 분기 매출이 뒷걸음치는 등 소비 심리 악화를 체감하자 생겨난 변화다. 지갑이 얇아진 1·2인 가구 소비자를 겨냥한 소용량 제품으로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작지만 알찬 소용량 제품

편의점 GS25는 지난 2월 3000원짜리 소용량 더마 화장품을 출시했다. 사진 GS리테일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오는 21일부터 소용량 주방세제(퓨어뽀드득), 세탁세제(액츠퍼펙트 베이킹소다), 섬유유연제(피죤 고농축미스틱레인)를 출시한다고 18일 밝혔다. 기존 세제의 20~30% 분량인 300밀리리터(ml) 짜리로 용량을 줄인 대신 가격을 3000원에 맞췄다.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1·2인 가구 소비자를 겨냥했다. 김여림 세븐일레븐 생활서비스팀 담당MD는 “최근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며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식품과 비식품 영역을 아우르며 소용량 특화 상품을 확대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GS25는 지난 2월 3000원짜리 수분크림, 바디워시, 바디로션을 출시했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소용량 선크림, 세럼, 클렌징폼 등의 매출이 2월 첫주에 전년 동기 대비 35.4% 늘어나는 등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측은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 검증된 제품을 소용량으로 출시해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지난해 출시한 3000원짜리 세럼·수분크림·마스크팩과 4500원짜리 트러블패치로 재미를 봤다. 온라인 위주로 판매를 진행하던 중소 협력사를 발굴해 본품의 30% 용량인 제품을 선보인 덕분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1020세대 사이에서는 편의점이 주 쇼핑 채널로 자리잡았다”며 “단순히 용량을 줄여 가격을 낮춘 게 아니라 상품 1ml 당 가격도 본품 대비 최대 80% 이상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소비 줄이며 대용량 구매도 ‘시들’

편의점 CU에서 고객이 대용량 세제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 BGF리테일
편의점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늘어나는 생필품 수요에 발맞춰 대용량 가성비 제품 출시에 열을 올렸다. 용량을 늘린 대신 단위 무게당 가격을 낮춘 초저가 상품으로 대형마트와도 경쟁했다.
2023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GS25,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에서는 1리터(L) 이상 대용량 생활용품의 매출 신장률이 소용량 제품을 10%포인트 이상 앞서기도 했다. 세제, 샴푸, 린스, 비누, 바디워시 등의 생활용품은 유통기한이 3년 정도로 긴 편이라서 오래 두고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 편의점 업계는 생활용품 제조사들과 손잡고 대형마트와 견주어도 가격이 저렴한 대용량 제품을 자체 브랜드(PB)로 내놨다.
하지만 경기가 부진하며 당장의 지출을 줄이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자 편의점 업계는 판매 가격이 저렴한 소포장 제품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편의점의 주요 고객인 1·2인 가구는 4인 가구보다 거실, 다용도실 등의 규모가 작은 곳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부피가 작은 소포장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소비 침체로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고객이 많다 보니 대용량 가성비 제품보다 저렴한 소용량 제품이 인기가 많다”며 “반통짜리 무, 2개짜리 양파 등 편의점이 강점을 가진 소포장 신선식품도 종류를 더욱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