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장에 10원도 못 받는다…여의도 덮고도 남는 '비축 마스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던 2020년 6월,서울 시내 한 대형 쇼핑몰에 비말(침방울) 차단용 마스크 등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던 2020년 6월,서울 시내 한 대형 쇼핑몰에 비말(침방울) 차단용 마스크 등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유행 당시 정부가 비축한 마스크 중 유통기한(3년)이 임박해 방출했거나 곧 방출해야 할 양이 1억장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시기 대량 생산된 마스크의 재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조달청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홍배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거리두기 해제 직후인 2022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유통기한 문제로 방출한 비축 마스크의 양은 약 6400만장에 이른다. 현재 비축분 중 올해와 내년 유통기한이 끝나 방출할 마스크(3700만장)를 더하면 총 1억 130만장이다. 이 마스크들을 바닥에 모두 펼친다고 가정하면 면적이 약 3㎢에 이르러, 여의도 전체(2.9㎢)를 덮고도 남는 수준이다. 

코로나19 당시 정부가 마스크를 방역 재난관리자원으로 지정하자, 조달청이 마스크의 비축과 방출을 담당해왔다. 유통기한이 도래한 비축 마스크는 1장당 10~250원에 시중에 방출해왔다. 지난 5월 조달청의 보건용 KF-94 마스크 방출 공고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1년 이내인 마스크는 장당 10원, 2년 이내인 마스크는 158원이다. 

하지만 구매자를 찾지 못할 때도 있다. 지난 2023년 2월 조달청은 1장당 10원에 의료용 마스크 13만장을 내놨지만, 응찰자가 없어 사회복지단체에 무상 기부했다. 

울산의 한 공장에 유통기한 지난 마스크 50만장이 쌓여 있다. 업사이클링 기업 터치포굿이 마스크 재활용법을 개발하기 위해 올해 초 유통사로부터 받은 양이다. 사진 터치포굿

울산의 한 공장에 유통기한 지난 마스크 50만장이 쌓여 있다. 업사이클링 기업 터치포굿이 마스크 재활용법을 개발하기 위해 올해 초 유통사로부터 받은 양이다. 사진 터치포굿

 


유통기한이 지난 마스크는 필터 기능이 떨어진다. 때문에 방역 당국은 감염 위험이 큰 장소에선 사용하지 말라고 안내한다. 새 제품도 포장을 뜯은 채 장시간 방치되면 보호 기능이 낮아질 수 있다. 다만 개별 포장된 상태로 잘 보관된 경우라면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코로나19 당시 생산됐다가 비축된 마스크 상당량이 유통기한 때문에 사용되지 않고 버려질 상황이나 정부 차원의 재활용 대책은 없는 상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마스크의 주요 성분은 폴리프로필렌으로 재활용하기에 용이하지만, 철사 등 이 혼합돼 있어 재활용이 어려운 편”이라며 “마스크는 앞으로도 필요한 물자인 만큼 재활용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