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플러 그린재킷에서 그린마일로 PGA챔피언십 5타 차 우승

스코티 셰플러 AP=연합뉴스

스코티 셰플러 AP=연합뉴스

스코티 셰플러(29·미국)가 19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의 퀘일 할로 골프장에서 벌어진 시즌 두 번째 골프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이븐파 71타,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5타 차 대승을 거뒀다. 김시우는 4언더파 공동 8위로 메이저대회에서 처음으로 톱 10에 들었다.

최종 결과는 압승이었지만 과정은 그렇지 않았다. 1, 2라운드는 폭우 때문에 페어웨이가 축축해 사달이 났는데 최종라운드는 그린이 말라 돌처럼 딱딱했다. 이 콘크리트 그린을 가장 잘 건너간 선수는 LIV로 간 존 람(31·스페인)이었다.  

셰플러에 5타 차 공동 5위로 김시우와 한 조에서 경기한 람은 7번 홀까지 파로 버티다가 8번 홀부터 11번 홀까지 3타를 줄였다. 셰플러가 두 타를 잃은 터라 두 선수는 동타가 됐다.

존 람. AP=연합뉴스

존 람. AP=연합뉴스

16~18번 홀은 퀘일 할로 골프장이 자랑하는 ‘그린 마일’이다. 그린 마일은 스티븐 킹의 소설이자 이를 원작으로 한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제목이다. 사형 집행장으로 걸어가는 마지막 길을 ‘라스트 마일’이라 하는데 소설에 나오는 교도소는 이 길 바닥이 녹색이라 ‘그린 마일’이라고 했다. 그만큼 무시무시한 곳이다.

존 람은 16번 홀 티샷 훅을 내면서 보기를 하더니 다음 두 홀을 더블보기를 했다. 그린마일에서 5타를 잃었다. 전날 LIV의 브라이슨 디섐보가 공동 선두로 나섰다가 16번 보기, 17번 더블보기를 하며 미끄러졌다.


반면 셰플러는 쉬운 홀에서 차분하게 점수를 줄이고 그린마일을 1오버파로 통과해 5타 차로 우승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압도적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경기장에 입장하다가 교통 경찰에 연행돼 유치장 신세를 지고 기회를 날린 터라 감회가 더 컸다. 

김시우 AP=연합뉴스

김시우 AP=연합뉴스

김시우는 3라운드는 셰플러, 4라운드는 람과 경기했다. 동반한 두 선수의 컨디션이 워낙 좋아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전반 보기를 5개나 하면서 4타를 잃었다. 김시우는 “패닉 상태였는데 후반에 캐디가 3타만 줄이자고 해 마음을 가다듬었다”고 했다. 장기인 웨지로 후반 2타를 줄인 김시우는 최종합계 4언더파로 존 람과 동타로 경기를 마쳤다.

셰플러는 메이저 3승째를 기록했다. 마스터스에서 두 번 그린 재킷을 입은 그는 이번 대회 그린 마일의 끝에서 다시 축배를 들었다. 그는 2022년 마스터스에서 3타 차, 2024년 마스터스에서 4타 차, 이번 대회에선 5타 차로 우승했다. 1983년 세베 바예스테로스 이후 첫 세 번의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3타 이상으로 우승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최근 출전한 더 CJ컵에서 8타 차로 우승했던 그는 2개 대회 연속 5타 차 이상으로 우승한 기록도 세웠다. 이전 타이거 우즈가 두 번 이 기록을 세웠다. 김시우는 “셰플러의 실력은 현재 넘사벽”이라고 했다.

한편 셰플러의 드라이버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실시한 테스트에서 부적격 판정이 난 것으로 밝혀졌다. 셰플러는 “오래 쓰면 페이스가 닳아 이런 현상이 생긴다. 부적격 판정이 날 때가 된 것 같아 헤드를 준비해 문제 없이 경기했다”고 밝혔다.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드라이버 부적격 판정이 났다. 이번 대회에서 드라이브샷이 좋지 않았다. 매킬로이는 3오버파 공동 47위로 경기를 마쳤다. 

샬럿=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