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백악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이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대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7월 8일로 정한 상호관세 유예기간까지 협상을 마치지 못하면 기존에 정한 관세를 그대로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해 교역 규모가 큰 18개국과 개별 협상을 진행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행사에서 “향후 2∼3주 이내에 (각국에) 스콧(베센트 재무부 장관)과 하워드(러트닉 상무부 장관)가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그들이 내야 하는 것을 알려주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베센트 장관은 18일 NBC뉴스와 인터뷰에서 “국가들이 선의(good faith)로 협상하지 않으면 관세율이 적힌 서한을 받을 것이라는 의미”라며 “난 모두가 와서 선의로 협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세율이 적힌 서한은 4월 2일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 내용이다.
이에 한국도 미국과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주 국장급 실무 협의를 위해 정부 대표단을 파견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일(20일) 장성길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을 수석대표로 한 정부 대표단이 출국해 미국 워싱턴 DC에서 USTR 등 실무진과 ‘2차 기술 협상’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3일 대선 전 미국과 마지막 대면 협의가 될 전망이다.
정부 대표단에는 산업부 외에도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과학정보통신부 등 실무진이 포함될 예정이다. 지난 16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제주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균형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의제로 향후 협상 주제를 확정했다. 이번 실무급 협의에서는 이를 기본 틀로 본격적인 세부 이슈를 놓고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아직 한국을 포함한 협상 대상국에 관세를 내리기 위한 구체적인 요구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베센트 장관은 “다른 나라들에 너무 많은 확실성을 제공하면 그들은 협상에서 우리를 가지고 놀 것”이라며 “(관세 협상에서) ‘전략적 불확실성(strategic uncertainty)’을 전술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한국은 6월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협상 라인이 바뀌면서 한미 관세 협상이 7월8일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7월8일 전 타결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정치 일정에 대해 양해를 부탁하며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안덕근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6월 중순 각료급 중간 점검을 통해 그간의 협의 결과를 확정하고, 합의가 불가능한 의제는 다시 모아 협의하게 될 것”이라며 "협상 흐름이 차기 정부에서도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도록 주요 계기마다 양당에 설명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