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간 조종사 없었다…205명 탄 여객기 '아찔한 비행' 무슨 일

루프트한자 항공기가 지난 3월 7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세워져 있다.AP=연합뉴스

루프트한자 항공기가 지난 3월 7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세워져 있다.AP=연합뉴스

  
205명이 탑승한 독일 여객기가 조종사 없이 10분을 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18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가 보도했다.

스페인 항공 조사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승객 199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스페인 세비야로 날던 루프트한자의 에어버스 A321기는 기장이 화장실을 간 사이 부기장이 조종실에서 의식을 잃는 사고가 났다. 

아찔한 상황은 비행이 30분가량 남았을 시점에 발생했다. 기장(43)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동안 부기장(38)이 의식을 잃었고, 이에 약 10분간 조종사 없는 비행이 이뤄졌다. 

약 8분 후 돌아온 기장이 조종실로 연결된 인터컴을 통해 부기장을 여러 번 불렀지만, 응답이 없었다. 모든 조종실은 테러방지를 위해 밖에서 강제로 열 수 없다. 결국 기장은 비상 코드를 입력해 겨우 조종실로 들어갔다.  

실신했던 부기장은 기장이 들어왔을 때쯤 정신을 차렸다. 그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땀을 흘리며 몸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다. 기장은 재빨리 조종대를 잡았고, 객실 승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해 탑승 중인 의사로부터 부기장이 응급처치를 받도록 했다. 당시 의사는 심장 질환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기장은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정신을 잃었는지를 기억 못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기장은 “스페인 사라고사 상공을 비행했던 기억만 나고, 그다음에 객실 승무원과 의사의 진료를 받고 있었다”며 “너무 갑작스러워 다른 승무원에게 알릴 시간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음성 녹음기에도 건강상 응급 상태임을 알려주는 이상한 소음도 녹음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 4일 독일 서부 프랑크푸르트암마인 공항에 대기중인 루프트한자 여객기. AFP=연합뉴스

지난 4월 4일 독일 서부 프랑크푸르트암마인 공항에 대기중인 루프트한자 여객기. AFP=연합뉴스

 
10분간이나 조종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해당 여객기는 다행히 자동 조종 기능이 활성화돼 비행에는 지장이 없었다. 여객기는 가장 가까운 공항인 마드리드 공항으로 회항했고 부기장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기장은 ‘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발작’으로 진단받았다.

루프트한자 측은 독일 DPA통신에 “이번 보고서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비행 안전 부서에서도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