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김문수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의 TV 토론 생중계를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영부인은 단지 대통령의 배우자가 아니다. 영부인은 대통령 곁에 국민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서 있는 공인으로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영부인은 오랫동안 검증의 사각지대에 머물렀다. 대통령 배우자 문제는 국민께 희망보다는 실망을 드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며 “사전투표 전 (김문수 후보의) 설난영 여사와 (이재명 후보의) 김혜경 여사, 두 배우자 TV 토론을 제안드린다”고 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 위원장은 이 후보 측에 “여성과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철학과 영부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각자 견해를 진솔하게 나눠달라”며 23일까지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특정 배우자를 겨냥한 게 아니다. 국민이 대통령을 고를 때 곁에 설 사람에 대해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상식적인 요청”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은 다르게 보고 있다.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으로 1·2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김혜경 여사의 도덕성 논란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혜경 여사는 경기도청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해 항소심에서 15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재명 후보의 도덕성과 청렴성과도 직결된 사안”이라며 토론을 촉구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서울 양천구 한국예총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부인들의 리스크가 대통령 리스크와 마찬가지로 있었기 때문에 검증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배우자와 가족에 대해서도 국민이 알 필요가 있고, 알고 투표하면 더 정확한 투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난영 여사도 최근 보수 성향 유튜브와 일부 방송 인터뷰에서 “법카로 개인이 어떻게 하는 건 상상을 못한다”거나 “법카로 밥을 사 먹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김 여사를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도 이날 설 여사가 서울의 법륜사와 진관사 등 종교 시설과 서울시립 은평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한 사진을 연달아 공개하며 ‘로우키’로 비공개 행보를 이어가는 김혜경 여사를 압박했다.
반면 민주당은 “황당하고 해괴한 제안”(조승래 수석대변인)이라며 즉각 일축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경기도 유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신성한 주권 행사의 장을 장난치듯이 이벤트화 해선 안 된다”며 “그러면 (미혼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어떻게 하느냐. 즉흥적이고 무책임하고 대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의 비서실장인 이해식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코미디 같은 제안이 앞뒤 생각 없이 나왔다니 놀랍다”며 “그것도 원내 2당의 젊은 대표자 입을 통해서 말이다. 설난영 씨가 제2의 김건희 같은 사람이라는 직감이 든다”고 적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도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무 말 대잔치’ 하면서 선거에서 이기겠다고 하는 것인가. 언제까지 망상 때문에 시간 낭비해야 하느냐”라며 “김용태 위원장이 제 앞에 있었다면 아마 저한테 크게 혼났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니 배우자 생중계 토론회라도 꺼내서 이슈를 끌어보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도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없는데 김건희 여사를 연상시키는 부작용만 남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