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이용자 1000만명 육박…시총도 100조 넘겨

지난해 하반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한 사람이 10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에 우호적 입장을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관련 자산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같은 시기 국내 암호화폐 시가총액도 100조원을 돌파했고, 거래소 원화 예치금도 10조원을 넘어섰다.

서울 빗썸라운지 강남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서울 빗썸라운지 강남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나타내고 있다. 뉴스1

 
20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고객확인의무를 완료해 거래가 가능한 개인·법인 이용자는 약 970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말(778만명) 대비 25%(192만명) 급증한 수치다. 다만 이는 여러 거래소를 중복으로 이용한 사람을 제외하지 않고 합산한 수치다. 전체 이용자 중 개인 이용자 수가 약 970만명으로 절대다수였다. 법인은 174개사로 극소수로 나타났다. FIU는 25개 암호화폐 사업자(17개 거래소·8개 보관 및 지갑업자)에게 제출받은 자료를 기초로 이용자 실태를 조사했다.

지난해 하반기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 중 30대의 비중(29%)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40대(27%)·20대 이하(19%)·50대(18%)·60대 이상(7%) 순이었다. 같은 시기 전체 이용자의 66%는 50만원 미만의 소액 암호화폐만 보유하고 있었다. 1000만원 이상 암호화폐에 투자한 보유자는 전체 12%(121만명)로 지난해 6월 말과 비교해 2%포인트 늘었다. 1억원 이상 초고액 암호화폐 보유자는 전체의 2.3%(22만명)를 차지했다.

지난해 하반기 암호화폐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시가총액과 거래대금도 급증했다. FIU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암호화폐 사가총액(국내 사업자가 상장한 암호화폐 수량에 시장가격을 곱한 금액)은 10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56조5000억원)과 비교해 91% 급증했다. 국내 암호화폐 종목별 시가총액 비중은 비트코인(29.7%)·리플(23.1%)·이더리움(9.1%)·도지코인(4.3%)·솔라나(2.3%)·에이다(1.6%) 순으로 많았다. 이들 상위 6개 종목의 국내 시가총액 비중은 전체 70.1%에 달했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암호화폐 일수록 투자자들 쏠림도 컸다고 풀이할 수 있다.

암호화폐를 사기 위해 투자자들이 국내 거래소에 맡긴 원화 예치금도 지난해 6월 말(5조원) 대비 지난해 말(10조7000억원) 114%(5조7000억원) 급증했다. 같은 시기 하루 평균 거래 규모(6조→7조3000억원)도 22% 늘었다. 이 영향에 전체 국내 암호화폐 사업자들의 영업이익(5813억원→7415억원)은 28% 많아졌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 거래된 암호화폐는 1357개(중복 포함)로 지난해 6월 말(1207개) 비교해 12% 늘었다. 다만 중복상장을 제외할 경우(554→598개) 소폭 증가에 그쳤다. 특히 한국인이 발행했거나 국내에서 80% 이상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코인’은 지난해 말 97종으로 6개월 전과 비교해 5종이 오히려 줄었다. 신규 상장보다는 기존에 있던 암호화폐에 투자가 집중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하반기 암호화폐 신규 상장은 총 127건으로 상반기 대비 19% 감소했고, 거래중단(상장폐지)은 31건으로 54% 줄었다.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전반적으로 활성화 됐지만, 가격 변동성은 여전했다. FIU에 따르면 지난해 말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최고점 대비 가격하락률)은 68%로 6개월 전과 비교해 2%포인트만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18.5%) 코스닥(27.4%) 보다는 높은 변동성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