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지아주 낙태금지법에…뇌사한 임신부 강제 생명 연장 논란

애틀랜타 에머리대병원. AP=연합뉴스

애틀랜타 에머리대병원. AP=연합뉴스

 
낙태금지법이 엄격한 미국 조지아주의 한 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임신 초기 여성에 대해 강제로 생명유지 조치를 지속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낙태금지법에 따른 처벌을 피하려면 아기를 출산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조지아주 애틀랜타 소재 에머리대병원 도심 분원은 뇌사 상태인 에이드리애나 스미스(30)에게 강제 호흡장치를 달아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 병원 본원 간호사로 일하던 스미스는 올해 2월 임신 9주쯤 뇌출혈로 뇌사 판정을 받았다.

병원 의사들은 조지아의 낙태금지법에 따라 태아의 심장 활동이 감지될 수 있는 임신 6주쯤부터는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법을 준수하려면 강제로 스미스의 생명을 유지해야만 한다고 가족에게 알렸다. 

이런 사연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NBC 제휴 지역방송사를 통해 13일 알려졌다.


스미스의 어머니는 이 방송사 인터뷰에서 딸의 생명 유지 여부를 선택하는 결정권이 자신에게 있었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선택 자체를 박탈당한 점이 부당하다며 "결정은 우리에게 맡겨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머리대병원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우리 병원은 조지아의 낙태법과 기타 모든 관련 법률을 준수하면서 개인 사정에 맞는 치료 권고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임상 전문가, 의학 문헌, 법률 자문 등에 따른 중론을 따른다"고 해명했다.

뇌사 상태인 임부가 건강한 태아를 출산한 사례들은 종종 보고 됐다. 하지만 대부분 임신 6개월쯤이나 그 후에 뇌사 판정이 내려진 경우였다. WP는 임신 초기에 뇌사 판정을 받은 임부가 강제 생명유지 조치를 거쳐 건강한 태아를 성공적으로 출산한 사례는 알려진 바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했다. 

해당 보도를 계기로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조지아주 낙태금지법 통과를 주도하거나 찬성했던 공화당 정치인들 상당수는 '발뺌'하고 있다.

조지아주 법무장관실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뇌사 상태 환자의 강제 생명 유지 조치를 중단하는 것은 조지아주 낙태금지법에 따른 낙태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조지아주 하원 공보실은 19일 WP에 보낸 입장문에서 조지아주 낙태금지법은 이번 경우와 "전혀 관련이 없다"며 "진보성향 언론매체들과 좌파 활동가들이 입법의 의도를 심하게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9년에 통과된 이 법을 발의했던 공화당 에드셀처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AP통신에 에머리대병원이 "합당하게 행동하고 있다"며 강제 생명유지 조치가 이 법의 입법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이한 상황이긴 하지만, 무고한 인간 생명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