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왼쪽)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두 사람의 미묘한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만 대선 이전까진 이 후보가 한 전 대표를 비판하면, 한 전 대표는 이 후보 발언을 “노코멘트”하거나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데 최근엔 반대로 한 전 대표가 이 후보를 향해 공세를 취하면, 이 후보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식으로 관계가 바뀌었다.
한 전 대표를 비롯한 친한동훈계는 이 후보 측근 그룹의 언행도 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이 후보 측근인 이동훈 개혁신당 공보단장이 21일 페이스북에 “친윤계 의원들이 ‘당권을 줄 테니 단일화를 하자’, ‘들어와서 당을 먹어라’는 전화를 많이 걸어온다”며 “(친윤계는) 한동훈이 대선 이후 국민의힘 당권을 쥘까 봐 노심초사한다. 차라리 당권을 가져가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란 글을 올리자 집단으로 반발했다.
같은 날 이 단장의 글을 공유한 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친윤 쿠데타 세력은 과거에도 지금도 이재명이 아니라 저와 싸우고 있다”고 비판한 데 이어, 22일엔 “친윤이 다른 당에 국민의힘 당권을 주겠다고 했다는 폭로가 나왔는데 친윤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입장도 안 낸다”, “친윤 구태의 숙주 찾기용 단일화는 반대한다”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친한계도 “(당권 거래는) 기생충이나 하는 짓”(배현진 의원)이라며 성토 대열에 동참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2일 '학식먹자 이준석' 행사가 열린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를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양측의 신경전이 대선 이후의 보수 진영 재편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보수 진영의 차기 주자로 꼽히는 두 사람의 경쟁의식이 벌써 불붙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대척점에 섰던데다 ‘세대교체’를 앞세운 보수 진영의 비교적 젊은 정치인이란 공통점이 있다. 한 전 대표는 1973년생, 이 후보는 1985년생이다.
영남 중진 의원은 “이준석 후보가 ‘당 대 당’ 형식의 단일화를 통해 국민의힘에 들어온다면 이미 당권 차지를 위해 뛰기 시작한 한 전 대표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며 “이 후보가 완주를 택하더라도 범보수 진영의 정통성을 두고 두 사람의 경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