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독주를 저지할 마지막 카드로 꼽히는 ‘김문수-이준석’ 단일화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국민의힘 어떤 인사와도 단일화와 관련해 소통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열고 “이번 대선에서 끝까지 이준석, 그리고 개혁신당 이름으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이 받아보실 투표용지에는 기호 4번 개혁신당 이준석의 이름이 선명히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모든 여론조사 지표는 ‘이준석으로의 전략적 선택’이 이재명 후보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승리의 방정식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여주고 있다”며 “본투표일까지 12일 남았다. 야밤에 선포된 무지몽매한 비상계엄령을 단 몇 시간 만에 해제했듯, 두 개의 거탑을 무너뜨리기에 12일이면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질의응답에서 이 후보는 “지난 며칠간 저에게 단일화를 운운하며 국민의힘이 한 행위는 모욕적이고, 이번 선거를 비전 선거가 아니라 난장판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했다. 이어 “저에게 2022년에 상스러운 문자를 했던 분들, 2023년에는 저에게 자살을 종용했던 분들이 2025년에는 저에게 (단일화를) 읍소하고 있다. 며칠 지나니까 협박을 한다”며 “이게 양심 가진 사람이면 제게 할 수 있는 행위인가. 휴대폰 문자가 한번 올 때마다 무한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2022년 대선 직후 이 후보에게 성 상납 의혹을 제기하며 당 대표직 사퇴를 이끌었던 친윤계를 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단일화 관련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에 대해 “뒤집을 이유가 없다”고 했고, 100% 국민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에 대해서도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 후보가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패배한다는 이른바 ‘보수 패배 책임론’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이 후보가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자처한 건 국민의힘의 잇단 압박에 대한 반박 차원으로 풀이된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 ‘20인 20색’ 수준으로 사람들이 연락이 와 ‘공동정부 구성’, ‘100% 여론조사’ 등 온갖 제안을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에는 페이스북에 “정치공학적 단일화 이야기 등 불필요한 말씀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 모든 전화에 수신 차단을 설정했다. 선거일까지 전화 연락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독자 완주를 자신하는 배경엔 최근 상승한 지지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의뢰로 지난 20~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11%를 기록했다. 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가 지난 19~20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선 10%,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0∼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9.4%였다.

개혁신당에선 “이 추세면 선관위 선거비용 전액 보전 기준인 15% 득표율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인하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토론 이후 한 주 동안 3%포인트 순 상승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속도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애초에 선거 예산 자체를 50억원으로 잡았다. 이미 지출이 끝나 비용 부담도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후보 독주 체제에서 이 후보가 국민의힘으로부터 제안받을 당근이 전무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천하람 개혁신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후보 측에서 ‘후보직 빼고 뭐든 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 후보직 말고 무슨 의미 있는 게 있나”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이날 강하게 선을 그으면서 국민의힘 내부적으로 설정한 ‘1차 단일화 시한’은 사실상 지키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국민의힘은 본 투표용지 인쇄일인 25일 전까지 단일화를 성사시키겠단 방침이었다. 다만 국민의힘에선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28일까지는 시간이 아직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022년 대선 당시엔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사전투표 전날인 3월 3일 극적 단일화에 합의했다. 당시에도 안 후보는 대선을 17일 앞둔 2월 20일 단일화 최종 결렬을 선언한 뒤 줄곧 “단일화는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이 후보로선 23일 예정된 2차 TV 토론을 통해 최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우선일 것”이라며 “원래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단일화는 사전투표 시작 전까지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이 후보 지지율뿐 아니라 김 후보 지지율도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이 후보로선 단일화를 무조건 외면할 수 없는 요소다. 22일 발표된 NBS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전주 대비 3%포인트 떨어져 46%를 기록한 반면, 김 후보 지지율은 전주 대비 5%포인트 올라간 32%, 이준석 후보 지지율은 3%포인트 상승한 10%를 기록했다. 특히 이날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46%, 김문수 34%, 이준석 11%로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을 단순 합할 경우(45%)엔 이재명 후보와 초박빙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이재명 후보를 막겠다는 보수 진영의 결집이 일어날 것”이라며 “두 후보 지지율 합이 이재명 후보와 접전을 보이면 ‘이대로 지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압박이 세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