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김범석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 주재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이같이 결정됐다. 브라질산 닭고기라 하더라도 AI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됐다면 수입이 가능(지역화)해진다. 정부가 파악한 주요 닭고기 수입업체의 재고 물량은 2~3개월치 정도다. 재고가 바닥나기 전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수입위험평가 ▶상대국과의 협의 ▶행정절차 등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23일 정부가 브라질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닭고기 수입이 중단되며 국내 공급 부족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발생 지역산 닭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 모습. 뉴스1
브라질산 닭고기 전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던 정부는 ‘치킨 대란’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자 한 발 물러섰다. 김 직무대행은 회의에서 “최근 농산물ㆍ석유류 가격은 안정적인 흐름이나 닭고기 최대 수입국인 브라질에서 AI가 발생해 수입이 중단됨에 따라 닭고기 관련 식품 가격 변동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수입 닭고기 시장에서 브라질산은 독보적 1위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브라질에서 수입한 닭고기 물량(검역 기준)은 6만4295t이다. 이 기간 전체 닭고기 수입량 7만2215t의 89%를 차지할 만큼 브라질산 의존도가 높다. 태국(5292t), 덴마크(936t) 미국(208t) 등지에서도 들여오고 있지만, 브라질산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브라질 남부의 리우그란데두술주 지역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지난 16일 브라질 내 AI 발생 사실을 공식 보고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맞춰 17일 브라질산 닭고기는 물론 계란ㆍ병아리 등 가금류 전반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정부 조치 이후 ‘치킨 대란’ 우려가 번졌다. 브라질산 닭고기는 국산보다 마리당 고기양도 많고, 가격도 30~40%가량 싸다. 주로 순살치킨ㆍ닭강정 등으로 소비된다.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금지되자 외식업계ㆍ가공식품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졌다. 국산으로 대체하기 어려워 생산ㆍ판매 중단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런 가운데 20일 국내(광주)에서 고병원성 AI가 한 달여 만에 다시 발생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정부는 전면 수입 금지 조치를 일부 풀고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 한정해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또 닭고기 수급 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내산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현행 64주령 미만인 육용 종계 생산 기한을 한시적으로 늘린다. 태어난 지 64주가 넘은 암탉도 육용 종란(고기용 병아리가 태어날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나마 허용한다는 의미다.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닭고기 계열사와 협업해 국내 병아리 추가 입식을 확대하는 한편,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업계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