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해수욕장 46년 만에 복원...화력발전소 자리에 모습 드러낸다

화력발전소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해수욕장을 복원하는 사업이 충남 서천군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한국중부발전㈜이 최근 화력발전소 철거작업을 마쳤기 때문이다.  

1979년까지 운영됐던 동백정해수욕장. 해수욕장 뒤편으로 멀리 동백정이 보인다. [사진 서천군]

1979년까지 운영됐던 동백정해수욕장. 해수욕장 뒤편으로 멀리 동백정이 보인다. [사진 서천군]

"내년 6월까지 해수욕장 복원 완료" 

24일 서천군에 따르면 한국중부발전은 2021년 시작한 화력발전소 철거 작업을 지난 4월 거의 마무리했다. 한국중부발전은 당초 동백정해수욕장 자리에 있던 화력발전소 시설을 2022년 3월까지 철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철거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분진과 소음 등으로 인근 주민 민원이 잇따르자 서천군이 공사를 잠시 중단시켰다. 이후 서천군은 주민 동의 절차를 거쳐 지난해 1월 해체 작업 재개를 허가했다. 

한국중부발전은 지난 4월 24일 보일러 동(棟) 발파 등을 마지막으로 발전소 철거를 완료했다. 향후 서천군과 한국중부발전은 동백정해수욕장 복원과 리조트 건설을 위한 용도지역 변경, 사업비 확보 등 행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서천군에 따르면 사업 주체인 한국중부발전은 2026년 상반기까지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서천군 관계자는 “해수욕장을 복원하더라도 모래 유실 상태 등을 점검해야 하므로 약 1년 동안 일반인이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동백정해수욕장 복원 조감도.

동백정해수욕장 복원 조감도.

해수욕장 옆에 리조트 유치  

앞서 서천군과 한국중부발전은 2012년 10월 동백정해수욕장(27만㎡)을 복원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해수욕장 해안선 길이는 500m로 만들고, 백사장 폭은 최소 100m, 높이는 8m로 만들 계획이다. 한국중부발전측은 이 사업에 648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화력발전소에 연료를 공급하던 선박을 위해 설치했던 바다 인공 구조물(길이 600m·부두)은 보존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서천군 관계자는 "부두에서 바라보는 육지 경관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서천군과 한국중부발전은 해수욕장 인근에 민자를 유치, 300실 규모 리조트와 생태공원·전망대 등 부대시설을 조성키로 했다.

총 시설 용량 40만kW의 서천화력발전소는 1983년 11월 준공됐다. 이후 2017년 7월까지 37년 동안 운영됐다. 중부발전은 기존 서천화력발전소를 철거하는 대신 인근에 1조6137억원을 들여 100㎿급 신서천화력발전소를 지었다.


1979년까지 운영됐던 동백정해수욕장. [사진 서천군]

1979년까지 운영됐던 동백정해수욕장. [사진 서천군]

동백정해수욕장은 충남 3대 해수욕장 

1979년 폐쇄된 동백정해수욕장은 인근 동백나무숲이 있는 동백정(冬柏亭)과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아냈다. 『신증동국여지승람』등에 따르면 이 정자는 1530년 무렵 건립됐다. 당시 정자 주변에 동백나무를 심었고, 숲을 이루자 정자 이름을 동백정이라 했다. 선비들이 이곳에 모여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동백정 남쪽에 있던 해수욕장은 서해안에서는 드물게 물이 깨끗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유명했다. 서천지역 향토사학자 유승광씨는 “동백정 해수욕장은 일제시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해 70년대에는 대천해수욕장, 학암포(태안)해수욕장 다음으로 충남에서 피서객이 많이 찾던 충남 3대 해수욕장”이라고 했다. 

동백정 동백나무 군락 뒤로 서천화력발전소가 보인다. 김방현 기자

동백정 동백나무 군락 뒤로 서천화력발전소가 보인다. 김방현 기자

천연기념물 169호인 동백나무숲에는 수령 500년 이상 된 동백나무 86그루가 있다. 동백나무 숲 정상에 있는 누각에서 바라보는 서해와 석양도 볼거리다. 서천군에는 연간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고 있다. 김기웅 서천군수는 “사라진 해수욕장을 복원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라며 “해수욕장을 복원하면 서천지역 대표적인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