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당국자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열어둬…중국 억제 전략에 최적화”

지난 3월 11일 경기 파주시 법원읍 무건리 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공중강습 훈련’을 위해 전개한 가운데 한미 장병들은 태운 수리온 헬기가 공중강습을 위해 착륙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한국군 90여 명, 미군100여명 참가했으며 수리온 6대가 동원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3월 11일 경기 파주시 법원읍 무건리 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공중강습 훈련’을 위해 전개한 가운데 한미 장병들은 태운 수리온 헬기가 공중강습을 위해 착륙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한국군 90여 명, 미군100여명 참가했으며 수리온 6대가 동원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29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국방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주한미군 병력 감축 역시 미군의 전략적 조정(calibration)의 일환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함께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두 명의 국방 고위 관계자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들은 “중국 억제를 위한 주둔군 조정 과정에서 한국 내 병력 감축 역시 선택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정확한 병력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향후 주둔 병력은 북한 방어뿐 아니라 중국 억제에 더 적합하도록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국방부 고위 당국자도 싱가포르로 향하는 기내에서 연합뉴스의 질문에 “중국에 대한 억제가 최우선 과제”라고 언급하며, “한국 정부와 협력해 주한미군의 태세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주한미군의 활동이 더 이상 한반도 방어에만 국한되지 않고, 동북아시아 전반의 안보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전략적 유연성 확대 기조는 더 뚜렷해졌으며, 이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 구도가 격화되는 현 국제정세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역시 지난 15일 하와이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AUSA) 태평양지상군(LANPAC) 심포지엄에서 “주한미군은 북한만을 겨냥하지 않으며,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부로 다양한 작전과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 22일 보도를 통해,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약 2만8500명 중 4500명을 괌 등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23일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으나, 일련의 발언과 움직임을 통해 주한미군의 병력 재편 및 전략적 전환 가능성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