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후임 꼽히는 월러 “관세 영향 일시적,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가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5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미국 경제 전망을 포함한 다양한 통화정책 이슈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가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5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미국 경제 전망을 포함한 다양한 통화정책 이슈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 후보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가 미국의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미 관세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며, 그만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월러 이사는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5 BOK 국제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미국 정부가 주요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10% 수준이라면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현재(4월 기준) 2.1%에서 1%포인트가량 올라 3% 수준이 될 수 있다”며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인 만큼 물가는 금방 다시 떨어질 것이고, 이런 ‘좋은 뉴스’가 지속하면 하반기엔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인상분을 수입ㆍ수출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온전히 전가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흡수한다면, 물가 상승률은 0.3%포인트 오르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월러 이사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물가가 치솟았던 2021년과 지금의 경제 상황은 다르다고 짚었다. 그는 “2021년 물가 급등의 영향이 예상과 다르게 장기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오판일까봐) 불안해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당시엔 예상보다 더 지속적인 노동력 부족, 중국의 봉쇄 등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 기준금리 인하와 재정 지출을 통한 수요 자극이 겹쳤고, 지금은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Fed는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연 4.25~4.50%로 인하한 뒤 올해 내내 동결해왔다.

이어진 대담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만약 10% 정도로 관세가 조율된다면 한국기업들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Fed에는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갈 것으로 보는 분들도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월러 이사는 “물론 19명의 Fed 이사들이 다양한 관점을 갖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합의되는 부분은 관세가 환율ㆍ유가 충격처럼 지속성을 갖진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관세로 인해 물가가 상승해 실질임금이 하락하면, 근로자들이 임금 상승을 요구하면서 또 다시 물가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선 그런 요인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이슈화되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이 총재는 “원화로 표시된 스테이블코인을 은행에만 허용할지, 비은행에도 허용할지는 한국에서도 매우 논쟁적인 사안”이라며 “한국은 미국과 달리 자본 규제가 가능한데, 비은행권이 결제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허락하기 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자본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등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스테이블 코인은 비은행기관이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지급수단”이라며 “미국은 결제 수수료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은행과 경쟁하며 결제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Fed 이사로 지명됐다.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평가받아 온 그가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비둘기파 성향으로 돌아선 걸 두고 일각에선 차기 의장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