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인권위는 지난달 19일 경찰청장에게 ‘경찰 수사 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피해자나 참고인 등 사건 관계인의 영상을 언론에 제공할 경우 정보 주체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또한 언론사에 수사 관련 영상을 제공할 때에는 사건 관계인의 신원이 드러나거나 추정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도 함께 권고했다.
이 같은 조치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가 자신과 관련된 영상이 동의 없이 언론에 공개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A씨는 지난해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딸을 납치했다. 살리고 싶다면 현금과 골드바를 준비하라"는 협박을 받고 금은방으로 향했다. 당시 A씨의 상황을 수상하게 여긴 금은방 직원이 112에 신고하면서, 금품을 수령하려던 피의자가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사건 이후 경찰은 보이스피싱의 심각성을 알리고 유사 범죄 예방을 위해 해당 사건 관련 영상과 보도자료를 언론에 제공했다. 경찰은 인권위에 "피해자 얼굴 등 개인정보는 모자이크 처리했으며, A씨가 민원을 제기한 뒤에는 관련 기사 삭제를 요청해 현재 영상은 삭제된 상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모자이크 처리가 됐다고 해도 영상 내용을 통해 피해자의 신원을 충분히 추정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사전에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영상을 배포한 것은 헌법이 보장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