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대만 신주에서 열린 TSMC 연례주주총회에서 웨이저자 회장이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웨이 회장은 개회사에서 “3·5·7나노 등 첨단 공정 기술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69%를 차지했다”며 “올해 매출과 이익이 사상 최고를 경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2나노미터(㎚, 1㎚=10억 분의 1미터) 공정을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하고, 1.6나노 공정을 내년 하반기 양산하겠다는 계획도 재차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하반기부터 2나노 공정을 양산할 계획이다.
주주들의 관심은 해외 생산 기지 확대에 따른 기술 유출 우려에 집중됐다. TSMC는 대만 내에서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으로 불리지만, 최근 미국, 일본, 독일 등으로 생산 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 내 투자 규모도 대폭 늘렸다.
이에 대해 웨이 회장은 “기술이 그렇게 쉽게 유출될 수 있었다면 TSMC는 지금의 위치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연구·개발(R&D) 성과는 시험 생산 라인에서 약 1년간 추가 개발과 최적화 과정을 거친 뒤에야 본격적인 양산에 적용된다”며 “500명 이상이 투입되는 복잡한 공정 통합이 필요한 만큼, 1명은 물론 100명이 달려든다고 해도 TSMC의 기술을 빼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웨이 회장은 해외 공장들도 대만과 동일한 품질로 높은 수율을 달성하고 있다는 점을 기술 경쟁력의 사례로 내세웠다. 다만 그는 “대만에서 딘타이펑을 먹는 것과 미국에서 먹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비용 구조의 차이에서 오는 해외 공장의 수익성은 또 다른 과제임을 강조했다.
이날 주총에서 TSMC는 관세보다 환율 변동의 영향이 더 크다고 밝혔다. 웨이 회장은 “AI 수요가 강한 만큼 관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대만달러 강세로 영업이익률이 약 3%포인트(p)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불확실성은 뚜렷한 해법이 있는 게 아니다”며 “앞으로도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제품의 정당한 값어치를 인정받겠다”고 말했다. 이에 주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가격 인상 계획을 묻는 말에 웨이 회장은 “마음속으로는 생각하고 있는 게 있지만, 입 밖으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제기된 중동 진출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웨이 회장은 “다음에는 아프리카 공장 건설 소문에도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중동 공장 건설)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