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선대위 주요 당직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출구 조사 발표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나선 선대위 관계자들은 예상보다 큰 격차에 “충격”이란 반응이었다. 나경원 의원은 “선거 마지막에 터진 이재명 후보의 본질이나 각종 악재가 사전투표에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신동욱 선대위 대변인단장은 “민주당이 일찌감치 선거 캠페인에 집중한 반면, 우리는 출발이 늦어 시간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쌍권(권영세ㆍ권성동)’ 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의원이 한덕수 전 총리를 추대하기 위한 경선판을 짜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경선 참여를 포기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경선 탈락 뒤 탈당 및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이탈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한 전 총리와 단일화하겠다는 약속을 깨는 바람에 국민의힘은 극심한 내홍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한 전 총리를 최종 후보로 만들기 위해 ‘후보 교체’란 초강수를 두다가 당원 투표로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끝내 실패한 것도 주요 패인 중 하나로 꼽힌다.
향후 보수 진영은 대선 패배 책임을 두고 극심한 내홍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차기 지도체제 전환을 두고 계파 간 전면전이 발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전 대표를 필두로 한 친한계는 이미 대선 기간 당원 배가 운동을 벌이는 등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조직 재정비에 돌입했다. 친윤계는 비대위 체제 유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
더 크게는 보수 진영 재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에서 이탈한 인사들이 당 바깥의 홍준표 전 시장,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과 손을 잡고 별도의 세력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경선 탈락 뒤 미국 하와이에 머무는 홍 전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병든 숲은 건강한 나무만 이식하고 불태워야 한다. 계속 방치하면 그 산 전체가 병든다”고 썼다. 내부적으론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내란 세력으로 몰아 정당 해산을 시도할 수 있다”(국민의힘 중진 의원)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