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수도권이 이재명 승리 견인…보수성향 60대서도 선전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선거사무원들이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선거사무원들이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0.73%포인트 차로 석패했던 3년 전 대선과는 달랐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대선에서의 실패를 반전시키며 대권을 거머쥐기까지는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서의 선전이 주효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집계에 따르면 4일 오전 1시10분 기준 이 당선인은 48.31% 득표율을 기록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3.05%)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7.58%)를 앞섰다. 투표 종료 뒤 네 시간이 되기도 전인 전날 오후 11시50분 즈음 지상파 방송에서 ‘당선 확실’이라고 알렸을 정도로 조기에 승부가 갈렸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수도권에서의 선전은 이 당선인의 승리를 뒷받침했다. 이 당선인은 서울에서 46.77%의 중간득표율을 기록해 김문수(42.77%) 후보를 4%포인트 앞섰다. 지난 대선에서 이 당선인은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서울에서 4.83%포인트 차로 패했는데, 이번 대선에선 이를 뒤집은 것이다.

경기(이재명 50.17%, 김문수 40.57%), 인천(이재명 50.48%, 김문수 40.43%)에서의 이 당선인 득표율도 과반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이 당선인은 윤 전 대통령에게 경기에서 5.32%포인트 앞서고, 인천에선 1.85%포인트 차로 박빙 우세였지만 이번엔 여유 있게 격차를 벌렸다.

충청에서도 이 당선인은 전 지역에서 앞섰다. 대전(이재명 48.29%, 김문수 41.63%), 충남(이재명 46.93%, 김문수 44.78%), 충북(이재명 46.72%, 김문수 44.73%), 세종(이재명 56.75%, 김문수 32.61%) 등 충청권 전역에서 승리를 거뒀다. 지난 대선 당시엔 충청에서 표를 크게 잃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보수 텃밭’ 강원의 민심도 달랐다. 지난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은 강원에서 12.46%포인트 차로 앞섰다. 하지만 이번엔 이재명 44.01%, 김문수 47.71%로 격차를 상당히 줄였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부산·울산·경남(PK)에선 김 후보가 선전했다. 부산(김문수 53.77%, 이재명 38.37%), 경남(김문수 54.27%, 이재명 38%), 울산(김문수 48.87%, 이재명 41.82%)에서 김 후보가 여유있게 앞섰다. 다만 지난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20.1%포인트, 울산에서 13.62%포인트, 경남에서 20.86%포인트 차로 이 당선인을 크게 이겼던 것보다는 격차가 줄었다.

하지만 지상파 3사(KBS·MBC·SBS) 출구조사 예측에 비해선 이 당선인과 김 후보의 실제 득표율 격차는 줄었다.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조사에서 이 당선인은 51.7%로 민주화 이후 최고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고, 김 후보(39.3%)와의 격차도 12.4%포인트로 전망됐지만 실제 개표 과정에서 두 사람의 득표율 차이는 한 자릿수를 줄곧 유지했다.

연령별 출구조사에서 20대 이하(이재명 41.3%, 김문수 30.9%), 30대(이재명 47.6%, 김문수 32.7%)에서 이 당선인은 크게 앞섰다. 지난 대선 출구조사에서 박빙이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 당선인은 40대(72.7%)와 50대(69.8%)에선 압도적 지지로 조사됐다. 김 후보는 70대 이상(64%)에서 앞섰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눈에 띄는 건 그간 전통적 보수층으로 인식됐던 60대 민심이었다. 60대 예상 득표율은 이재명 48%, 김문수 48.9%로 박빙이었다. 지난 대선 출구조사에선 더블 스코어(윤석열 64.8%, 이재명 32.8%)에 가까운 이 당선인의 열세였는데 간발의 차로 좁힌 것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진보 성향이 강한 586세대가 60대로 편입되고, 12·3 비상계엄 사태에 실망한 60대가 돌아선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별 출구조사 결과는 여성에서 이재명 55.1%, 김문수 39.2%, 이준석 4.3%로 이재명 당선인의 우위가 두드러졌고, 남성에선 이재명 48.3%, 김문수 39.4%, 이준석 11.1%였다.

다만 20·30대 남성에선 반(反)이재명 경향이 두드러졌다. 20대 이하 남성에서 이준석 후보(37.2%)의 예상 득표율이 가장 높았고, 김 후보(36.9%)가 뒤를 이었다. 이재명 당선인은 24%에 그쳤다. 30대 남성에선 이재명 37.9%, 김문수 34.5%, 이준석 25.8%로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예상 득표율 합이 60.3%를 기록했다. 이 당선인은 지난 대선 출구조사에서 20대 이하 남성에서 36.3%, 30대 남성 42.6%를 기록했는데, 이번 출구조사에선 외려 예상 득표율이 줄어든 것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계엄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20·30대 남성의 표심이 이 당선인이 아닌 이준석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결과”라고 분석했다.

20·30대 여성의 출구조사 표심은 남성과 정반대였다. 20대 이하 여성에선 이재명 58.1%, 김문수 25.3%, 이준석 10.3%, 30대 여성에선 이재명 57.3%, 김문수 31.2%, 이준석 9.3%로 이 당선인의 예상 득표율이 과반이었다. 출구조사는 방송협회와 지상파 3사가 구성한 ‘공동 예측조사 위원회(KEP)’가 전국 325개 투표소에서 유권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0.8%포인트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