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수가 여덟 번째 생일을 맞는다. 이젠 아기 돌고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사진 고래생태체험관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사는 수컷 큰돌고래 '고장수'가 오는 13일 여덟 번째 생일을 맞는다. 몸길이 275㎝, 체중 250㎏에 이르는 덩치를 보면 이제 '아기 돌고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고장수는 여전히 살아 있는 기적으로 불린다. 2017년 6월 13일 수족관에서 태어난 고장수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생존 수족관 출생 돌고래다. 당시만 해도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가 살아남는 일은 매우 드물어, 그의 탄생은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았다.
고장수가 여덟 번째 생일을 맞는다. 이젠 아기 돌고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사진 고래생태체험관
고장수라는 이름에는 '장수',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어미 돌고래 장꽃분(26)은 고장수를 낳기 전에도 두 번 출산했지만, 각각 3일과 6일 만에 새끼를 잃었다. 고장수 역시 태어났을 때는 몸길이 120㎝ 체중 20㎏에 불과한 연약한 새끼였다. 1년 수족관 돌고래 생존율이 20~40%에 불과한 험난한 조건 속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사육사(현 해양동물복지사) 4명이 교대로 24시간 밀착해 돌본 끝에 고장수는 살아남았다. 어미 장꽃분도 곁에서 끊임없이 돌보며 모성애를 드러냈다. 아버지인 수컷 돌고래 '고아롱'은 2020년 1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장수가 태어난 장생포는 한때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다. 지금은 국내 유일의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돼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이 자리한 어촌이다. 과거 고래를 잡던 포구가 이제 고래를 지키는 장소가 된 것이다.
고장수가 여덟 번째 생일을 맞는다. 이젠 아기 돌고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사진 고래생태체험관
장생포에서 태어나고 자란 고장수는 실제 마을 주민이기도 하다. 울산 남구 장생포민원출장소에서는 고래 가족의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하고 있다. 장꽃분을 세대주로 고장수와 같은 고래생태체험관에 사는 두 이모 장두리(16)·장도담(12)이 세대원으로 등재돼 있다.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는 170613. 고장수의 출생일인 2017년 6월 13일. 장생포에서 태어난 첫 '토박이 고래'라는 뜻이다. 어미 장꽃분의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는 091008. 이는 일본 와카야마현에서 울산 장생포로 이주한 날인 2009년 10월 8일을 의미한다.
고래생태체험관 측은 고장수의 생일을 맞아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생일 당일인 13일 체험관을 방문한 8번째와 88번째 입장객에게 귀신고래를 주제로 만든 '장생이' 인형을 증정한다. 또 사육사들은 고장수에게 평소보다 살이 더 오른 임연수어를 특식으로 제공한다. 저녁엔 '생일 케이크'에 초를 꽂아 불어줄 예정이다. 김슬기 고래생태체험관 차장은 "돌고래도 생일이 있고, 가족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이렇게 고장수는 고래 도시 울산을 상징하는 존재로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후 만 2년 8개월 때 돌고래 '고장수'(오른쪽)가 어미인 '장꽃분'과 함께 유영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수족관 돌고래와 관련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쟁점도 존재한다. 환경단체들은 고래들이 좁은 수족관이 아닌 넓은 바다에서 자연스럽게 살아야 한다며 방류를 요구하고 있다. 고래는 뛰어난 지능과 사회성을 지닌 해양 포유류로 수족관 생활이 정서적·육체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 수족관에서 사는 고래는 제주 등을 포함해 22마리. 고장수가 사는 수족관은 길이 17m, 깊이 5.2m, 바닷물 1100t을 담고 있으며, 별도의 수심 4m 보조 풀장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바닷물은 장생포 앞바다에서 끌어와 정수 후 사용되며 수온은 21도로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한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