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 정년연장…‘친노조’ 李 당선에 노조 목소리 더 세지나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전후로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 들어간 대기업 노동조합의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소년공 출신인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한국노총의 공식 지지 및 일부 민주노총 지회의 지지를 받은 친(親)노조 성향으로 분류된다. ‘하투(夏鬪)’를 앞둔 노조의 기대감이 커지는 배경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이 양호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가 7~8%에 이르는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등 기존 요구뿐 아니라 정년 연장이나 주 4.5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과 맞닿은 내용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강성으로 꼽히는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국민연금 수령 개시 전년 연말(최장 64세)로 연장하는 내용을 요구안에 포함했다. 정년 연장을 이끄는 포석으로 기존 최대 35년 장기근속자 포상 기준에 40년 근속을 신설하는 안도 마련했다. 노조는 정년 연장과 연동해 퇴직후 재고용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돈을 덜 받는 대신 사실상 정년을 늘리는 식의 ‘계속고용’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며 “다른 대기업 노조가 임단협 할 때 대표로 참고하는 회사인 만큼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 삭감 없이 금요일 근무를 4시간 줄이는 내용의 주 4.5일제 도입도 제시했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노조도 정년 만 65세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10대 그룹의 한 노무 담당 임원은 “올해는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임단협 타결이 더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 위기에다 ‘노조 리스크’까지 겹쳤다”고 말했다.


한경협이 지난해 12월 펴낸 ‘정년연장에 따른 비용 추정·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65세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도입 1년 차에 3조1000억원, 5년 차에 30조2000억원이 든다. 주 4.5일제도 근무 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는 식이라면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 4.5일제를 도입할 경우) 대기업은 해외 생산 확대 등 대응할 수단이라도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은 연장 근로수당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대법원이 지난해 조건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현재 통상임금과 관련해서 현대차 노조는 각종 수당을, SK하이닉스 노조는 차량 유지비·유류비 등을 통상임금에 넣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